[의학신문·일간보사] 현대 의학에서 이미징 바이오마커(Imaging Biomarker)는 환자 진단과 상관있는 영상의 특징을 의미한다. 정의상으로는 의료영상의 시초, 즉 X-ray가 발명된 1895년부터 이미 우리는 이미징 바이오마커를 사용해 왔다고 할 수 있지만, 실제로 바이오마커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된 것은 1980년대이며 인간의 주관적인 측정보다는 객관적으로 정량화 가능한 특징들을 일컫는 용어로 주로 사용되었다. 다시 말해 이미징 바이오마커란 1)의료영상에서 2)정량적으로 측정가능한 3)진단과 관련된 특징들을 말한다.

이미징 바이오마커는 매우 다양한 종류가 존재한다. 특히 바이오마커라는 개념이 확산된 20세기에는 양성자방출단층촬영(PET), 분자영상, 기능적 뇌자기공명영상(FMRI) 등의 의학물리적 진보가 새로운 의료영상 종류를 만들어내면서 이미징 바이오마커 분야를 발전시켜왔다. 또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형태학적 특징들을 컴퓨터로 하여금 정량화하여 이미징 바이오마커로 활용하고자 하는 “정량적 이미징바이오마커”(Quantitative Imaging Biomarker)라는 개념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이미징 바이오마커는 현대의학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의사가 환자를 더욱 정확하게 진단하고 최선의 치료를 할 수 있게 돕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적인 개념의 이미징 바이오마커는 개발기간이 길고 도입 비용도 상대적으로 비싸며 결정적으로 의학적으로 설명가능한 기전에 근거하기 때문에 우리의 지식범위 안에서 설계될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존재하나 우리가 아직 모르는 영역의 새로운 정보들을 발견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즉, 이미징 바이오마커의 개발과정에서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특징 발견’의 영역을 혁신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위에 언급한 한계점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의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이미징 바이오마커 개발방법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필자는 이를 데이터기반 이미징 바이오마커(Data-driven Imaging Biomarker, DIB)라고 부르고자 한다.

빅데이터·AI 활용 ‘DIB’ 개발

이미 많은 독자들은 알파고를 통하여 (자체 대국을 통해 만들어낸) 수많은 데이터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바둑 전략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이러한 현재의 인공지능, 특히 딥러닝이라고 불리는 기술의 지식 발견 능력은 이미징 바이오마커의 개발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딥러닝의 핵심을 따로 ‘표현/특징 학습’(Representation/Feature Learning)이라고 부를 만큼 이 기술은 스스로 의미있는 특징을 발견하는데 특화되어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방법론은 일단 가설을 세우고 이것이 예측력이 있는지 검증했다면 DIB는 거꾸로 일단 예측력이 있는 특징을 기계로 하여금 찾게 한 후 이것이 어떤 것인지 분석하는 형태로 연구가 진행된다.

필자가 2013년에 창업한 의학 인공지능 기업 ‘루닛’에서는 DIB의 철학에 입각한 이미징 바이오마커를 흉부엑스선, 유방촬영술 그리고 병리 영상 분야에서 연구해 오고 있다. 현재 상용화 단계에 있는 제품들은 1세대 DIB로써 전통적인 이미징 바이오마커 측정을 인공지능을 통해 더 잘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보다 진보적인 형태의 2세대 DIB, 즉 기존의 의학 지식 범위를 넘어서는 특징들을 발견하여 그동안 예측이 불가능했던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 역시 중장기적 목표로 설정해 개발하는 중이다.

개발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흉부엑스선 영상을 위한 DIB는 현재 4가지 주요 폐병변(폐결절, 폐렴, 기흉, 결핵)을 지원하며 외부검증 결과 98% AUC의 정확도의 검출 능력을 보였다. 또한 실제 임상세팅에서 판독을 보조하는 형태로 사용할 경우 최대 8% AUC포인트 이상의 검출 정확도 향상을 가져오는 결과를 보여 판독 정확도 및 효율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제품은 현재 식약처 확증임상시험을 진행중이며 올해 안에 상용화되어 임상에서 사용 가능하게 될 것이다.

유방암을 조기진단하기 위해 사용되는 유방촬영술(Mammography)을 위한 DIB도 현재 개발이 마무리단계에 있으며 자체 검증결과 94.2%의 AUC 정확도를 보였고 2차 소견용의 보조도구로 활용시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판독 정확도를 7% AUC 포인트 이상 향상시켜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일반적인 유방촬영술 판독 정확도가 84-88% AUC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판독 난이도가 높은 유방촬영술 판독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미징 바이오마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징 바이오마커는 영상의학 뿐만 아니라 병리영상에도 그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병리 기술로 그 동안 불가능했던 디지털 병리영상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DIB 방법론을 바로 적용해 볼 수 있다. 현재 시장에는 병리 슬라이드를 광학적으로 스캔하여 디지털화하는 Whole Slide Imaging(WSI) 장비가 나와있으며 최근 미국 FDA가 임상 목적 활용을 승인하여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영상의학에서는 DIB가 선별검사와 같은 분야에 우선 적용되었다면 병리학에서는 좀 더 세부적인 정보를 알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며 특히 치료계획 수립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형태학적 특징들을 발견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루닛은 2016년에 열린 유방암 종양 확산 평가 대회(Tumor Proliferation Assessment Challenge)를 통해 H&E 슬라이드 상의 형태학적 정보만으로 RNA expression에 기반한 proliferation score와 높은 상관계수 (Spearman's correlation coefficient 0.617, 세계 1위)를 가지는 DIB를 선보인 바 있으며 이러한 방법론을 확장하여 다양한 risk predictor들을 개발하고 있다.

DIB, 정밀의학 구현 최적 도구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공지능은 단순히 인간이 반복적으로 해왔던 일을 자동화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으로 발견할 수 없었던 지식을 빅데이터를 통해 발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DIB는 이러한 ‘발견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의학진단의 지평을 넓히고자 하는 새로운 이미징 바이오마커의 형태다. 이는 딥러닝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따라 빠르게 발전할 것이며, 영상의학과 병리학 분야에서 정밀의학을 구현하는 가장 최적의 도구로써 활용될 것이다.

[글: 백승욱 루닛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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