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 2017년은 4차 산업혁명의 한 해였다. 워낙 다양한 행사에서 많은 담론들이 오갔는데, 올해는 그 분위기가 다소 덜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차 산업혁명 아이템 중 하나로 꼽히는 디지털헬스케어는 여전히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오늘날 디지털헬스케어 분야는 건강증진부터 진단‧검사, 치료, 질병 발생 예측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개발되고 있고, 의료를 변화시키고 있다.

건강증진 관련 디지털헬스케어 제품들은 대부분 웨어러블 제품들로 안경, 신발, 각종 액세서리 등 다양한 웨어러블 제품이 웰니스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회사들은 우리 제품을 쓰면 건강을 더욱 챙길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리 녹록치 않다.

인간은 본디 게을러지려는 본성이 있는데, 웰니스 제품은 편한 것을 추구하는 사람의 본성에 어긋난다. 미국 의사들이 환자들에게는 걸으라고 진료실에서 조언하지만, 정작 당뇨병학회에 참가했을 때는 전부 계단 대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한다.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를 보여준 시도가 바로 현금 인센티브 방식이다. 한 실험에서 걸을 때마다 현금 인센티브를 주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6개월간 대조해 비교한 결과 현금 인센티브를 받은 그룹의 걸음수가 월등히 많았다. 그러나 이 그룹마저도 6개월 뒤 현금 인센티브 지급을 중지하자, 다른 그룹과 비슷한 수준의 걸음수로 감소했다.

진단·검사 분야 다양한 변화 모색

디지털헬스케어는 진단‧검사 분야에서도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혈당측정기의 예를 들자면 집에서 혈당을 잘 체크하지 않거나 혈당을 체크한 기록도 진료 받을 때 집에 두고 오는 경우가 많다. 결국 부정확한 데이터로 의사가 진료를 볼 수밖에 없는데, 한 제품은 블루투스 연결 방식을 사용해 혈당측정 기록을 스마트폰에 바로 저장할 수 있도록 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오는 경우가 없다는 점에 착안한 셈이다. 그러나 이정도, 즉 단순히 스마트폰에 연결했다는 데에 의의를 두는 가치만으로는 부족한 감이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AliveCor가 개발한 심전도 측정기 ‘AliveCor’의 사례는 눈여겨볼만 하다. ‘AliveCor’는 스마트와치와 연동시킨 휴대용 심전도 측정기이다. 스마트와치 시곗줄에 전도계를 설치하게 되면 두 손을 같이 대는 효과로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AliveCor는 심방세동 알고리즘을 만들어서 전용 앱에다 넣었다. 이정도 수준에 이르기 시작하면 단순히 진단 결과를 보는 것을 넘어서 해석까지 넣어서 환자 행동을 유도할 수 있게 된다.

디지털헬스케어 치료분야도 도전

치료 분야도 디지털헬스케어가 도전하고 있는 분야이다. 다만 현재까지 출시된 제품들은 암을 치료하거나 하는 적극적인 제품보다는 대부분 만성질환‧정신질환 관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뇨병관리앱 ‘블루스타’는 디지털헬스케어 업계가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숙제를 다 풀어낸 제품이다. 대조군 임상시험을 실시함으로써 FDA에 근거 데이터를 제출, 2011년 당시 소프트웨어에 대한 허가 기준이 불확실한 상태에서도 의료기기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또 하나의 성과는 보험 적용까지 받아냈다는 점이다. 미국 내에서 진료 의사가 처방하면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서 앱을 다운로드 할 수 있는 코드를 받고 보험이 적용된 가격을 지불하게 된다.

최근 디지털헬스케어 제품들은 질병이 발생할 수 있는 타이밍을 예측하는 방안까지 모색하고 있다. 현대의학은 경험적 학문으로 대부분 상황 발생 후부터 시작된다. 만약 편하게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다면 예전에는 측정할 방법이 없어서 몰랐는데 심근경색 오기 전부터 특정 시그널이 오는 것을 센서로 잡아낸다면 이는 미리 사태 예측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심장전문병원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이 인공지능을 통해 심정지 환자를 찾아내는 프로그램 ‘이지스’를 도입한 것이 바로 이런 맥락이다. 심장질환 빅데이터를 딥러닝해 만들어낸 기준을 가지고 심정지를 발생 24시간 전에 예측한다는 방식이다.

IBM왓슨과 메드트로닉이 손잡고 개발 중인 디지털헬스케어 제품은 최대 3시간 전에 저혈당 발생을 예측한다. 메드트로닉이 가지고 있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판단하게 된다. 이미 평소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예측이 되고 나중에 데이터를 더 모으게 된다면 대처가 가능하다. 이를 기계에 연동시키게 되면 조금 억지스러운 개념이 될 수는 있겠지만 인공 인슐린펌프까지도 내다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디지털헬스케어의 발전은 그러나 아직 여러 숙제들을 안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난관은 역시 ‘의료현장 안착’이 될 것이다. 당뇨병관리앱 블루스타는 개발 이후 미국에서 많이 쓰이질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 이유에 대한 가설 중 하나는 의사들 대부분이 모르고, 아는 의사들도 처방을 안 한다는 점이다.

의료는 항상 보수적이고 이를 선도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발생한다. 항상 신기술에 의문을 제기하는 그들은 기본적으로 과학자이다. 단순히 논문 한 두편 쓰는 이상의 증거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또 하나의 고민은 ‘과연 의사로 집중된 의료의 무게중심이 얼마만큼 환자에게 넘어갈 것인가’이다. 대부분의 의료기기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고 많은 것을 잡아내고는 있지만, 의사와 병원에 의존하는 비율이 절대적이다.

디지털헬스케어와 인공지능은 병원과 의사로 집중된 무게중심을 환자가 얘기할 수 있게 됐다. 이 점을 의료계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적극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글: 김치원 서울와이즈요양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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