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순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세계적으로 고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고령화가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지 이미 오래됐다. 이러한 인구 고령화는 국가별로 여러 사회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급속한 고령화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 2000년에 이미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7%를 넘어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지난해 8월 노인인구 14%로 예상보다 빨리 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

더욱이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인구의 고령화 속도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우리나라는 2025년에는 노인인구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일본을 뛰어넘는 세계 1위의 초고령국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이다.

고령화와 함께 노인 요양기관인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은 양적 성장을 이루며 노인들에 대한 사회적·의료적 기능이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까지 통계에 의하면 전국 요양병원만 하더라도 1400여개로 전체 요양기관 병상 수의 약 40%를 차지하면서 노인 의료에서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발표한 보건의료 정책에서 많은 부분 요양병원이 배제되어 있어 노인 의료에서 큰 축을 담당하는 요양병원에 대한 정책적 지원 방안이 없어 아쉽다. 정부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하여 현재 2만3천 병상에서 오는 2022년 10만 병상까지 서비스를 확대하여 간병환자에게 충분히 제공하겠다’고 하였는데, 요양병원에 대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아직 계획도 없고, 이번 보장성 강화대책에서 빠져있다. 뿐만 아니라 요양병원에 서비스가 적용된다 하더라도 요양병원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 정책으로 요양병원의 특성을 반영한 간병 급여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간병비 급여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3조 및 제26조에 이미 지급 근거가 마련되어 있으나 세부기준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현재는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환자에게 간병비가 지급되지 않아 전액 환자 본인 부담이기 때문에 입원환자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제도 밖에 있어 일부는 할인 등의 유인행위, 간병의 질 저하가 발생하고 있다.

사실 제도 도입에 따른 규제로 인하여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요양병원 전체의 질 향상과 입원 중인 어르신에게 공평한 혜택을 제공해야 된다는 대승적인 취지에서 간병비 급여를 추진하고 있다.

간병의 어려움은 이미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었고, 극단적인 선택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사회현상 때문에 간병문제의 심각성은 국가에서도 인지하고 있으나 재원의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섣불리 추진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요양병원과 시설의 기능을 정립하고, 병상 중 일부를 생활시설로 전환한다면 많은 재원의 증가 없이 간병비 급여가 가능하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의하면 요양병원에 입원환자 중 의료적인 처치가 필요하지 않는 환자가 33%를 차지하고 있고, 요양시설 입소자 중 약 30%는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자로 혼재되어 있다.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환자는 병원으로 이동하고, 시설에서는 케어만 필요한 요양병원의 입원환자를 수용할 경우 충분히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현재 의료기관에서 식대는 50% 본인부담인데 이와 같이 간병비의 본인부담을 50%로 적용하고, 6인 공동간병을 기준으로 의사인력, 간호인력, 약값 제외한 비용으로 간병비 급여를 진행한다면 정부가 생각하는 1조원 이상의 비용보다 적은 절반의 비용만으로도 가능할 것이다.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시급

더불어 선제적으로 당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를 위하여 우선적으로 요양시설에 입소하여 간병비 지원을 받던 어르신이 요양병원으로 전원을 할 경우 간병비를 지원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어느 기관에 있는지에 따라 지급되는 형태는 형평성에 맞지 않고 진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어 간병비 급여화가 시급하다.

간병비의 급여화는 단순히 환자 본인만 수혜를 받는 제도가 아니다. 간병의 질 향상은 물론 안정적인 고용창출이 가능하고, 가계 부채의 절감효과는 부양가족까지 약 140만 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백만 명 이상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며, 거시적으로 보면 경제적으로도 매우 효율적이다.

우리나라 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이제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에 대한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검토가 진행되어야 한다. 적어도 간병비가 없어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거나 서비스 제공의 질에 차이가 나서는 안 될 것이다.

의료·복지 통합 주무부서 필요

아울러 의료와 복지의 통합을 위한 법과 주무부서가 필요하다. 고령사회를 대비하여 제공되는 자원의 효율적 분배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서로 간의 전달체계가 달라 이를 조절할 법적 근거가 없어 이러한 자원분배를 위한 제도 정비를 위한 법(가칭 노인의료복지법)과 주무부서의 신설이 필요하다.

요양병원의 대다수의 환자인 노인질환의 특성상 의료와 복지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단지 여러 질환의 특성, 의료체계, 사회복지의 지원체계 등의 다양한 변수에 의해 제공되는 서비스의 비율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요양병원에 대하여 규제할 때는 노유자시설로 인식하고, 지원을 할 때는 의료기관으로 인식하는 모순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소방시설의 안전시설 규정은 요양병원은 의료기관이라기보다는 노유자시설로 인식하여 법 개정을 진행하였고, 심지어 기존시설에 대한 소급적용까지 하여 병원 운영에 부담을 주었다. 이를 위해 병원들은 시설과 인력, 비용을 더 부담하게 되었지만 이에 따른 책임과 의무만을 규정하고 보상 및 지원 방안이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 밖에도 새로 시행되는 보장성강화 대책뿐 아니라, 이전의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실시, 환자안전 관리 수가 등 정부의 주요 보건의료 정책에서도 요양병원이 배제된 사례가 많이 있다.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명분으로 언제까지 요양병원에 대해 차별적 정책을 유지할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요양병원의 희생을 강요하기에 앞서, 노인 의료에서 요양병원이 갖는 역할을 인정하고 적정한 보상과 함께 차별 없는 정책이 추진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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