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봉식
대한재활병원협회 회장
청주아이엠재활병원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세계보건기구(WHO)는 재활에 대해 ‘의학적, 사회적, 교육적, 직업적 수단을 동원하고 이를 상호 조정하여 훈련 또는 재훈련을 통하여 장애인의 기능적 능력을 가능한 최고수준에 달하도록 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므로 WHO가 제시한 재활의 수단 가운데 의학적 수단에 해당하는 재활의료는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의학적 치료를 통해 가능한 최대한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능력을 회복시켜 삶의 질을 제고하고 사회 복귀를 통한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의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재활의료가 이러한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없는 왜곡된 재활의료전달체계를 가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재활의학과가 개설된 의료기관은 2017년 말 현재 상급종합병원 211명, 종합병원 275명, 병원 335명, 요양병원 547명, 의원 448명, 한방병원 10명, 보건의료원 4명, 보건지소 1명 등 총 1236개 기관에 1831명이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전체 재활의학과 전문의 중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숫자가 547명으로 가장 많아서 그 비율이 약 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재활의료가 환자의 사회복귀와 통합이라고 하는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지 못하고 장기입원 및 요양환자의 기능유지를 위해 많은 자원이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한의사가 개설하고 있는 요양병원에 봉직하고 있는 재활의학과 전문의 숫자는 지난 2015년 말 14개 기관 17명에서 2017년 말 현재 30개 기관 36명으로 2년 사이에 무려 2.1배나 폭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매우 충격적이며, 이로 인해 재활의료의 왜곡을 심화시킬 것에 대한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회복기 재활의료체계 정립 시급

우리나라 재활의료전달체계가 이처럼 제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 이유는 그동안 환자의 기능회복을 집중적으로 담당할 회복기 재활의료체계가 정립되지 못한 때문이다. 인구 고령화를 맞아 기능회복을 위한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급성기 재활치료가 끝난 이후 바로 요양병원으로 환자가 전원되어 기능회복을 위한 집중재활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보다 먼저 지난 2000년 회복기 재활의료체계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일본재활의학회지(Jpn J Rehabil Med. Vol. 47. No. 11 2010)의 자료에 따르면 재활의학과 의사가 급성기 병원에 337명(38.1%), 회복기 병원에 269명(30.4%), 유지기 병원에 128명(14.5%), 수련교육 병원 137명(15.5%), 기타 12명(1.3%) 등의 분포를 보이고 있어 우리나라와는 매우 다른 양상이다.

특히 일본은 현재 인구 고령화를 맞아 환자의 사회복귀와 통합을 목표로 한 회복기 재활의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회복기 재활병상 수를 점차 늘려나가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 우리나라도 시급히 회복기 재활의료체계를 정립해 나가야 할 시대적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재활치료 수가체계 해결 방향은

지금 회복기 재활치료를 어렵게 하는 수가체계의 문제점과 그 해결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재활치료의 골든타임에 최대한 집중재활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뇌척수질환 등 마비로 인한 중증 장애를 가진 환자의 기능적 회복을 위해서는 회복기 집중재활치료 시기에 충분한 입원 치료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급성기 병원 수가체계는 입원 후 15일 이후 입원료 10% 삭감, 30일 이후 5% 추가 삭감, 90일 이후 40% 추가 삭감되어 치료가 충분히 되지 못한 환자를 무리하게 퇴원시킬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둘째, 사람중심 수가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2017년 11월 ‘재활난민과 사회복귀,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국회에서 개최된 토론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작업치료 수가 가운데 가장 높은 특수작업치료료와 최저임금은 지난 30년간 꾸준히 인상되었으나 수가 인상에 비해 최저임금의 인상폭이 커지면서 시간당 특수작업치료료/최저임금 비율은 1989년 14.5배(8700원/600원)에서 1999년 8.8배(1만3460원/1525원), 2009년 4.76배(1만9040원/4000원), 그리고 2018년 현재 2.9배(2만2130원/7530원)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서 현재 치료수가로는 치료사 인건비 보전조차 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재활병원은 의사, 간호사뿐만 아니라 치료사, 간병인력 등이 다수 근무하고 있어서 환자 수에 비해 직원 수가 다른 병원 종별에 비해 월등히 높다. 문재인 정부가 수가개편의 원칙으로 사람중심 수가체계를 만들고자 한다면 재활병원 수가체계를 제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 정답이다.

셋째, 지금의 의료행위 중심 수가체계에 기능 중심 수가체계를 보완해야 된다. 현재 급성기 병원의 의료 수가체계는 행위별수가체계로 의료행위를 많이 하면 할수록 이익이 되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일각에서 과잉 진료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오고 있다. 재활의료는 행위별 수가체계에 기능회복과 사회복귀 지표를 반영한 수가체계를 반영해야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환자의 사회복귀율이 높은 기관에 더 높은 수가를 주는 것이 맞다.

넷째, 재활치료의 대상 질환을 확대해야만 한다. 인구 고령화가 되면서 뇌척수질환 뿐만 아니라 대퇴골절, 인공관절치환술, 심폐질환, 폐용증후군 등 다양한 기능성 질병군이 노인 환자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가운데 다수는 적절한 재활치료를 받으면 완벽하게 사회 복귀를 시킬 수 있는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러한 질병군을 치료할 수 있는 수가체계가 없어서 장기요양병상을 전전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집중재활을 통해 이러한 환자들을 사회로 복귀시키도록 도와야 한다.

다섯째, 기능이 어느 정도 회복된 환자를 병원에서 사회로 돌려보내기 위한 수가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환자가 기능을 회복하여 사회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퇴원 직후 데이케어 센터 등을 활용한 통원 재활치료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건강보험 수가 내에 낮병원 수가가 있지만 회복기 재활치료 대상 환자들에게 적용이 되지 않고 있어서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재활치료 항목과 수가의 제한이 많은 외래 통원치료 보다는 입원을 유지할 때 수익이 조금이라도 더 생기는 입원진료를 선호하게 되고 환자의 조기퇴원과 사회복귀에 소극적일 개연성이 있다.

수가체계 디자인 따라 성패 갈려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장애인건강권법에 따른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시범사업은 2018년 말까지 시행된 후 2019년부터는 본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우리나라 병상 자원의 공급체계를 급성기-아급성기(회복기)-만성기(유지기)로 재편하여 인구고령화를 맞아 효율적 전달체계의 확립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수가다. 정부가 어떻게 수가체계를 디자인하는지에 따라 본사업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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