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균
연세대 보건대학원 겸임교수
부민병원그룹 경영이사

[의학신문·일간보사] 국내 병원계에서 간호인력의 부족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간호인력의 부족현상은 대부분 선진국에서도 겪고 있는 사회현상이다. 대표적인 간호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국가는 미국으로, 미국병원협회에서는 2020년도에 100만명의 간호사 부족 추계치로 내놓고 있다. 또한 대부분 EU국가들도 ‘간호사 부족난’을 공통적으로 겪고 있으며, 국가별 10~20%까지 해외 간호사 인력을 수입하여 부족한 간호인력 수요를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OECD 통계(2014 Health Data)와 비교해보면 국내 간호사 인력난에 대한 문제점을 잘 알 수 있다. 한국은 인구 천명 당 병상수는 OECD 국가에 비해서 두 배 수준이다. 하지만 활동간호사 수는 인구 천명 당 3.5명으로, OECD 평균(6.5명)보다 절반수준이다. 이는 한국이 OECD 국가보다 인구 천명 당 병상수는 두 배이지만, 간호사 공급은 절반으로 의료기관들이 간호사 인력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한 환자들의 평균 재원일수는 OECD 평균(8.4일)보다 2배나 길어 간호사 부족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밖에 최근 사회정책인 요인으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수요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에 따른 신규간호사 필요규모가 최소한 3만4천명 이상 된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이 추계치 마저도 통합서비스에 참여한 의료기관이 기존 통합병동 수준으로 참여한다고 가정한 추계 값으로, 실제로는 이 보다 더 많은 간호인력이 필요할 것이다.

지난해(2017년도 4월)에 병원의 간호인력난에 대한 정부기관 첫 실태조사가 이루어졌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조사결과는 의료기관 10곳 중 7곳이 인력난이 "심각하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중소병원들의 간호인력난 체감도는 심각한 수준이었고, 종합병원도 간호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결과였다. 즉, 종합병원의 55.7%가 ‘간호사 인력난이 매우 심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의료기관의 간호사 인력난은 수요와 공급의 두 가지 측면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수요측면에서 지난 20여년 동안 지속적인 병상수 증가로 인한 ‘간호사 수요’ 증대가 일어났다. 또한 2002년도 도입된 요양병원 제도는 급성기 병상수의 증대와 함께 간호수급의 불균형을 촉발시켰다. 둘째, 정책적인 요인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및 간호등급제에 따른 간호사 수요 급증으로, 이는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간호사의 직업특성상 24시간 제공되는 서비스와 높은 근로강도는 ‘간호 인력난’을 부추기는 또 다른 변수이다. 병원에서 3교대(낮, 저녁, 밤근무) 근무제로 운영되는 간호근무는 월라벨(work life balance)세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중소병원의 신규간호사 연간 이직률은 50%까지 이르고 있다. 더욱 더 심각한 것은 2016년도 보건의료노조가 조사한 자료에서는 병원 근무간호사의 76%가 ‘이직을 고려중’이라고 응답하여 심각성이 높은 실정이다.

최근 병원의 간호사 인력난을 정부도 ‘우려수준’이 아닌 ‘위기수준’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지난 3월 20일 발표된 간호인력난 주요대책에서도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과 간호대 단계적 정원 확대 등 전향적인 정책을 발표하였다. 기존 정부의 간호사 인력난에 대한 정책적인 대응책을 살펴보면 현장과는 다소 인식 차이가 있었다.

의료계에서는 의료서비스 핵심인력인 간호사 부족난을 병원생존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지만, 정부는 의료기관의 경영적인 문제점 또는 일부 취약지역의 제한적인 문제점으로 인식하였다. 그 결과 정부 대응책은 주로 수가개선적 측면에서 야간전담 간호수가 도입, 간호등급 입원환자수 기존 등급제 변경 등이 그 사례다.

간호사 수급 패러다임 전환돼야

하지만 금번 발표(3월 20일)된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대책’에서는 오는 2022년까지 10만명의 신규간호사 공급확대를 발표하여 인식전환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향후 국내 간호사 인력부족현상이 심각할 전망임을 고려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왜냐 하면 대다수 선진국에서 간호사 부족사태를 겪고 있고, 우리사회도 선진국형의 인구고령화로 간호서비스의 수요증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간호사 수급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 정부와 학계에서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간호인력을 추계하여 공급대안을 제시하고, 사회적인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국내 비활동 간호인력의 활용제고 방안으로 야간근무 이외에도 저녁 근무 가산, 휴일전담간호사제 등 간호사 탄력근무제와 해당시간 간호수가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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