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성
대한의사협회 보험자문위원

[의학신문·일간보사] 그동안 정부의 의료보험 수가억제 정책으로 원가의 70%에 불과한 저수가의 상황이 10년 이상 지속되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의료계는 비급여 수입을 창출하였으며, 야간진료로 진료시간을 늘리는 의원이 늘어나고, 대학병원까지 토요일 진료에 나서고 있다.

내로라하는 대학병원은 식당가와 장례식장 운영이 주요 수입원이 되었으며, ‘빅5’ 병원의 하루 외래환자 수가 1만 명에 육박해서 프로야구 경기당 평균 관중숫자와 맞먹는다. 창피하지만 ‘기네스 기록에 오르지 않을까’ 겁난다.

건정심서 주요 건보정책 결정

이러한 건강보험 수가와 의료전달체계와 같은 주요한 건강보험정책에 관한 사항에 대한 심의와 의결을 2002년부터 생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조에 의한 건정심의 업무를 살펴보면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및 시행에 관한 심의와 요양급여기준뿐만 아니라, 그 비용과 가입자의 보험료에 관한 사항까지 거의 모든 결정을 건정심에서 한다.

건정심에서 심의하는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의 세부내역(건강보험법 제3조의 2)을 살펴보면 △건강보험정책의 기본방향 및 추진방법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추진계획 및 추진방법 △건강보험의 중장기 재정 전망 및 운영 △보험료 부과체계에 관한 사항 △요양급여비용에 관한 사항 △건강증진 사업에 관한 사항 △취약계층 지원에 관한 사항 △건강보험에 관한 통계 및 정보의 관리에 관한 사항 △그밖에 건강보험의 개선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등이다.

사실 3년 이상 대한의사협회의 보험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필자도 의협 상임이사회 회의록에 올라오는 건정심의 의결 사항에 대해 너무 전문적인 용어가 많아 그 내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국민건강을 위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건정심의 위원 구성(건강보험법 제4조 4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위원장 복지부차관 외 위원 24명).

△근로자단체 및 사용자단체가 추천하는 각 2명 △시민단체(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제2조에 따른 비영리민간단체를 말한다. 이하 같다), 소비자단체, 농어업인단체 및 자영업자단체가 추천하는 각 1명 △의료계를 대표하는 단체 및 약업계를 대표하는 단체가 추천하는 8명 △다음 각 목에 해당하는 8명(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 2명 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이사장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원장이 추천하는 각 1명 다. 건강보험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4명)

24명 건정심 위원 중 의사 3명

환자치료와 관련된 사항을 급여로 할 것인지, 심지어 치료행위로 인정해 줄 것인지에 관한 기준까지 건정심에서 결정하는데, 24명의 건정심 위원 중 환자 치료에 관한 전문가인 의사는 3명으로 산술적으로 12%의 결정권을 가진다. 그러나 건정심은 다수결로 결정하므로 실제로 의사의 의견 반영이 얼마 만큼인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건강보험료를 부담하므로 많은 가입자 및 사용자대표와 공익대표까지 건강보험정책의 세세한 부분의 결정까지 참여해야한다는 논리면, 더 중요한 국방과 경제정책에도 마땅히 같은 위원 구성으로 위원회를 구성해야만 한다.

2002년 구성된 건정심에 대해 2004년 12월 감사원은 그 구성 및 운영이 중립적이고 객관적이지 못함을 지적하였지만, 10여년이 지나도록 담당부서에서 개선하지 않고 있다. 그 분들의 업무에 건정심이 과연 얼마만큼 도움이 되는 지 묻고 싶다.

건정심 역할 ‘수가결정’ 국한해야

진정으로 국민건강을 위한다면 건정심 해체가 답니다. 차선책으로 그 역할을 수가결정에 국한하고, 위원을 공급자와 보험자 동수로 구성하는 것은 고려해 볼 수 있다.

국민건강과 관련된 수많은 정책을 계속 현재와 같은 건정심에서 결정하도록 하는 한 의료의 왜곡은 더 심해질 것은 자명한 일이므로(물론 모든 책임을 의사의 탓으로 돌리기만 하면 간단한 일이지만), 이러한 위원회를 만든 곳에서 이제 나서서 그 해결책을 진지하게 전문가와 논의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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