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석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의학신문·일간보사] 2017년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보건복지부 2차관제 도입이 제외되었다. 다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정부조직 개편 시 복지부 복수차관제 도입을 적극 검토키로 하며, 도입 가능성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적으로 보건과 질병, 건강, 보육, 노인, 기초생활보장, 국민연금 등 현안이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차관이 한 명밖에 없어 복수차관제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 되었다.

오래전부터 의료계는 ‘전문적인 계획과 정책 집행을 위해 보건부의 독립 및 전문인력 채용이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특히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율 연세대보건대학원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예산의 96%가 기초연금,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등 사회복지 분야에 쏠려 있다 보니 보건의료는 우선순위에서 처질 수밖에 없다. 과거 메르스 사태를 돌아보며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들을 살펴보면 질병관리본부 및 역학조사, 보건예방 사업에 많은 예산을 투자한다. 이런 투자는 이번 메르스 같은 국가전염병이나 결핵 퇴치, 특히 건강 형평성이 떨어지는 경제 취약층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만든다”고 밝혔다.

이런 현실에 2015년 메르스 사태까지 터지면서 보건부 독립이나 복수차관제 주장이 나온 것이다. 누구라도 생각해보면 충분히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국회에서도 “보건의료와 사회복지는 성격이 서로 달라 별도의 역할과 전문성이 요구되며, 하나의 분야만으로도 방대해 두 분야를 한꺼번에 관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보건복지부를 보건의료부와 복지부로 분리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보건의료 업무 분산돼 ‘비효율적’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와 더불어 같이 고민해 봐야 하는 일들이 있다. 바로 보건의료에 관한 정부부처 업무의 분산으로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의 보건 예방사업에 주력해야 할 도심지의 보건소와 보건지소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전시 행정 도구로 전락 하였다.

원래 보건소의 기능은 질병의 감시 예방사업과 지역사회 취약계층 및 CBR(community based rehabilitation) 같은 장애인들의 보건의료 전달체계 운영을 고민해야 하나, 일부에서는 지자체장들이 지방 세금으로 모든 주민에게 진료비를 할인해서 민간 의료기관과 경쟁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지역보건관리 복지부로 통합해야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의 보건소가 일반 진료 행태에 집중된 기능을 바꿔야 하고, 각 부처 보건의료에 관한 기능을 복수차관제 도입과 동시에 지자체장의 지역보건 관리 기능을 복지부로 통합해야 한다. 그래야 질병관리체계를 중앙에서부터 지역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보건소의 역할인 상시 지역 건강 파수꾼으로서 전염병 감시 및 공중보건 의료와 교육 사업에 전념할 수 있다.

아직도 대한민국에는 계절 전염병, 장애인을 위한 방문 지원 서비스, 여성 및 모자 보건 등 수요가 많다. 이런 수요보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일반 진료에 집착하고, 평소 눈에 띄지 않는 질병 감시 업무와 국가 단위 전염병 예방 사업에 소홀했기 때문에 메르스나 결핵과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보건복지부의 올해 전체 예산은 63조 1554억원 규모다. 이중 보건의료예산은 건강보험을 제외하고 약 5%수준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가 복지와 보건의료를 총괄하는 부처이긴 하지만 700명이 넘는 직원 중 복지부 본청에 근무하는 의사출신은 소수이며, 과장급 이상은 더욱 적다. 의사 출신 인력이 부족한 만큼 전문지식이 필요한 의료관련 업무가 임상 현장과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보건부의 독립은 아니더라도 다수의 정부 부처가 업무 효율성 향상을 위해 복수차관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복지부도 복수차관제를 도입한다면 보건의료 전담 차관이 해당 분야를 책임감을 가지고 관장할 수 있어 효율적인 정책 추진이 가능해질 것이다.

또 행정 업무의 폭증이 지속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의 복수차관제의 도입은 업무효율성 증대에도 기여하고, 정책추진에 있어서도 단기적인 정책 현안처리에만 치중하지 않고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장기적인 국가 발전전략 수립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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