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60대 이상 노인 2800여 명 수면 습관 4년간 추적
노인 인지기능 떨어지고 수면습관에 변화 생긴다면 치매 주의 필요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국내 연구진이 쉽게 잠을 못자거나 많이 자는 노인은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목된다.

수면 습관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뇌의 퇴행성 변화를 알려주는 조기 표지자 역할을 한다는 뜻이며 구체적으로 잠드는데 30분 이상이 걸리거나 하루에 8시간 이상 자는 경우에 위험이 높아진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이 같은 사실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연구팀을 통해 최근 밝혀져 3일 공개됐다.

그 동안 수면 이상과 치매와의 관계에 대해 보고한 연구들이 일부 있었지만 어떤 수면습관이 치매를 비롯한 인지감퇴와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일관된 연구 결과가 없었고 대규모 표본을 통해 다양한 수면 습관을 동시에 분석한 연구는 전무했던 것이 이번 연구의 계기라는 점을 강조한 김 교수팀이다.

이번 연구는 2893명의 60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4년간의 추적관찰을 통해 인지기능 저하(경도인지장애 혹은 치매)를 유발하는 수면 특성에 대해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 정상 노인의 경우 누워서 잠들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30분 이상으로 길면 인지기능이 저하될 위험이 40%p 높아졌으며 총 수면 시간이 8시간 이상이면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70%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년 동안 이런 패턴이 유지되는 사람이나 원래는 정상이었으나 최근 4년 사이에 잠들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늘어난 사람들은 인지기능이 떨어질 위험이 2배나 높아졌다.

반면에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사람은(취침시간과 기상시간의 중간점이 새벽 3시보다 늦은 사람) 인지기능이 저하될 위험이 오히려 40%p나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경도인지장애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서는 잠들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사람들은 4년 후 인지기능이 정상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30%p 낮았고 원래는 정상이었으나 최근 4년 사이에 잠들 때까지 걸린 시간이 길어진 사람들은 정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40%p 낮아졌다.

주목할 점은 수면 습관이 인지기능 저하의 위험이 낮은 패턴으로 변화한 경우에도 인지기능 저하 위험은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수면 습관이 직접적으로 인지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기보다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인지저하를 나타내주는 표지자의 역할을 한다는 의미라고 김기웅 교수팀을 설명했다.

일례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의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 확률이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늦게 취침에 들고, 늦게 일어나게 된다는 것.

실제 이러한 기전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시상하부 기능에 손상이 오고 이로 인해 낮 동안 쌓인 수면 욕구를 이겨내지 못하게 되면서 수면주기가 앞당겨 진다는 연구결과가 알려진바 있다.

김기웅 교수는 “앞으로 간단한 설문을 통해 수면 패턴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치매 고위험군을 정의할 수 있게 됐다”며 “나이가 들면서 수면 패턴에 변화가 생길 경우 인지기능이 저하될 위험이 높으므로 정기적인 검진에 더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산업진흥원 지원으로 8년째 진행되고 있는 ‘한국인의 인지노화와 치매에 대한 전향적 연구(Korean Longitudinal Study on Cognitive Aging and Dementia; KLOSCAD)’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신경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신경학회보(Annals of Neurology, IF=9.890) 2018년 2월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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