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2018년 3월 23일 최대집 후보가 제40대 대한의사협회장으로 선출되었다. 6명의 후보 중에서 압도적인 득표(6392표 29.7%)로 타 후보들을 제치고 당당히 당선되었다. 향후 3년을 이끌고 갈 새 수장에게 축하를 보낸다.

최대집 당선인을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없으나 그에 대해 알게 된 것은 15년 전 쯤으로 기억된다. 당시 의약분업을 도입하면서 국민 여론을 선동하던 인사들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을 때였다. 의료 사회주의를 타파하자는 의료계의 주장과 뜻을 같이하는 사회단체와 만나 의견을 나누며 활동할 때였다. 당시 의료계와 뜻을 같이하는 단체의 지도자격인 분이 아직 젊지만 생각이 바르고 용기있게 행동하는 의사가 있다고 했다. 의료계에 알려지지 않는 사람이라 궁금했다. 그 사람이 바로 최대집 당선인 이었다. 그 후 최당선인의 사회활동은 평범한 의사로서는 좀처럼 참여하기 힘든 여러 단체와 함께 행동해 왔다. 이러한 그의 행적을 옆에서 오랜 시간 지켜보며, 시간이 지나면서 초심이 변해 가는지, 아니면 변함없이 초심을 유지하며 성숙해 가는지 관심의 대상이었다.

의료계 일보다는 정치적인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그의 행보가 눈길을 끌었다. 한편으로는 과하다 싶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못하는 말을 대신해주고 행동으로 보여 주는 그가 시원한 청량제 같았다. 군복을 입고 좌파 운동권들과 몸으로 부딪혀 가며 싸우는 모습은 의사 동료들뿐 아니라, 우파 진영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큰 신뢰를 얻게 했던 행동들이었다. 아마 이번 최 당선자의 소식에 사회 각 층에서 축하와 지지를 보내는 이유일 것이다. 어쩌면 그는 의료계만을 위해 일하기에는 좀 아까운 인물일지도 모른다.

의사협회를 이끌어온 수장들의 면면들을 보면 각자 큰 뜻을 품고 시작했지만, 막상 회장이 된 후 직면하는 수많은 문제들과 접하면서 처음 선거유세 때 보여 주었던 면들이 하나씩 퇴색되어 가거나 약해지는 것을 보게 된다. 의료계 내의 요구와 주문이 폭주하고, 나름 일리가 있는 주문들이기 때문이다. 최 당선자는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된다.

최 당선인은 ‘감옥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노라’고 선언하고 있다. 본격적인 싸움판으로 의료계를 이끌고 가려하고 있고, 의료계가 그에게 보내는 신뢰의 정도가 남다름이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극심한 패배주의에 빠져 있던 동료 의사들의 가슴에 불을 붙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을 각오한 새 지도자에게 힘이 느껴진다. 죽음은 가장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즉필사 사즉필생(生卽必死 死卽必生)이라는 말이 있다. 죽기를 각오한 사람은 더 이상 무서울 것이 없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가미가제공격과 최근 극단 이슬람 집단의 자살테러가 무서운 이유는 죽음을 무기로 싸우기 때문이다. 고대 이스라엘 민족을 살린 에스더라는 왕비가 있었다. 그녀 역시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민족을 구한 여인이다. 이제 의료계는 더 이상 속지도 말고, 바보처럼 당하지도 않았으면 한다. 지난 15년간 변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새 지도자 최대집 당선자에게 강한 에너지를 느끼고 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