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기업과 만나 논의 진행…중앙윤리위원회와 사법체계 연계한 체계 목표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기동훈 제40대 의협회장 후보가 성폭력 등에서 피해자가 용기를 내지 않아도 가해자가 처벌을 받을 수 있게끔 하는것에 목적을 둔 ‘성폭력 익명 신고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그 첫 시작은 국내 보안기업 중 하나인 ㈜스틸리언 박찬암 대표와 만나 익명 신고체계 구축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이다.

기동훈 후보가 이 같은 방안을 고민하게 된 이유는 최근 각종 설문조사 결과들에서 많은 전공의들이 성폭력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고 사회적으로 ‘Me too 운동’이 한창인데도 불구하고 폐쇄적인 분위기 탓에 의료계에서는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 때문인 것.

기 후보는 “폭로 이후에도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피해자에 대한 보복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의료계의 뿌리 깊은 폐쇄적 분위기를 단기간 내 바꾸지 못한다면 신고 시스템이라도 바꿔 피해자가 자신을 드러낼 용기를 내지 않아도 가해자가 처벌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미국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국내 의료계에 적합한 시스템을 구상하고 의협 중앙윤리위원회와 사법체계를 연계한 후 폭력과 성폭력의 피해자 연대를 지원하기 위한 신고체계를 설치한다는 것이 기동훈 후보의 의지다.

기동훈 후보가 설명한 ‘성폭력 익명 신고체계’는 미국의 프로젝트 칼리스토(project callisto)를 예로 들 수 있다.

프로젝트 칼리스토는 캠퍼스 내 성폭력 피해자들이 익명으로 피해를 제보하는 시스템으로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정보를 축적, 특정 가해자에 대한 피해사실이 모이면 피해자들이 연대할 수 있도록 서로가 허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즉, 대부분의 가해자는 반복적으로 여러 명의 피해자에게 오랜 기간 성폭력을 가하곤 하는데 보다 적은 용기로도 실제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익명의 신고 체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기동훈 후보다.

기 후보는 “이와 같은 시스템을 구상했고 기술진과의 논의 결과 구현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피해자 중심의 시스템이 무고한 가해 지목자를 만들어 낼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는데 무고한 가해 지목자가 반복적으로 고발되는 경우는 통계적으로 희박하다”고 언급했다.

해당 시스템은 신고한 날짜와 시각도 함께 기록에 남기 때문에 이 자체도 증거의 하나가 되며 이 같은 증거들의 누적을 통해 오히려 한 번 더 검증하는 지점이 생기기에 다른 폭로나 신고시스템에 비해 오히려 양측에 더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박찬암 대표 또한 “전산 시스템 자체의 익명성 보다 전체 신고 처리 절차상의 신뢰성 확보가 더욱 중요할 것”이라며 “시스템에 의해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자료를 바탕으로 윤리위원회와 사법부에서 체계적인 조사와 면담 등을 거쳐 판단하기 때문에 무고한 이가 처벌 받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동훈 후보는 “성폭력에 대한 폭로를 지지하는 목소리들은 많았지만 실질적으로 피해자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의 제안은 많지 않았다”며 “이번 구상이 의료계에 또 한 번의 변화를 이끌어낼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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