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연, 오프라벨 사용 지침 마련 위한 외국 사례 소개…의사결정구조부터 근거수집 기능까지 갖춰

박실비아 연구의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제공.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의약품 허가 외 사용(오프라벨)과 관련, 구체화된 사용 근거 마련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보고서를 통해 발표됐다.

박실비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연구원에서 발간된 ‘보건복지포럼 2월호’에서 ‘의약품의 허가 외 사용에 관한 의료적 관리의 필요성과 원칙: 호주, 영국 사례를 통한 시사점’을 통해 “의료 현장에서 의약품의 허가 외 사용을 결정하고 이행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여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로 호주와 영국 사례를 소개한 박 연구위원은 “이들 국가의 의약품 허가 외 사용의 결정과 이행에 관해 전문가들이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의 경우 2013년 호주 전역의 임상자문그룹 및 위원회의 협력체인 Council of Australian Therapeutic Advisory Groups(이하 CATAG)는 의약품 사용의 질 향상 차원에서 의약품의 허가 외 사용에 관한 국가 차원의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CATAG의 지침에서는 의약품 허가 외 사용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허가 외 사용의 유형을 구분하는 기준과 유형별로 필요한 승인 과정, 환자 동의, 모니터링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CATAG는 7가지 원칙을 제시, 이 원칙에는 ‘다른 모든 치료적 선택이 이용 가능하지 않거나 소진되었거나 용인되지 않거나 적합하지 않을 때에만 고려해야 한다’와 ‘높은 수준의 근거로 의약품 허가 외 사용의 적절성을 판단해야 한다’, ‘허가 외 사용 시 환자와 보호자의 의사 결정 참여’, ‘약물위원회 협의’, ‘모니터링 원칙’ 등이 포함돼있다.

영국의 경우 의약품 허가 기관인 Medicines and Healthcare Products Regulatory Agency(이하 MHRA)에서 보건의료전문가가 의약품을 허가 범위 외로 또는 허가되지 않은 의약품을 처방하는 경우 충족해야할 사항을 권고하고 있다.

주요 사항으로는 ‘허가 외 의약품 사용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여 주는 충분한 근거 또는 경험이 있어야 함’, ‘해당 의약품의 처방과 환자의 모니터링에 책임을 져야 함’, ‘처방한 의약품을 기록하고 일상적인 진료행위가 아닌 경우 처방의 이유도 기록함’ 등이 포함돼있다.

오프라벨 가이드라인, 근거 기반 의료 위한 ‘필수불가결’

박 위원이 제시하는 해외 사례는 결국 현재 국내 시스템에서 근거 기반 의료, 전문가의 책임성과 자율성, 환자의 권리 보호 등이 일관되게 추구되기 위해서는 보험급여 관리가 아닌 의료행위 관리차원에서 규범을 갖추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의약품의 허가 외 사용이 건강보험 급여 관리차원에서 주로 규제되는 현실에서는 의약품 허가 외 사용에서 추구되어야 할 근거에 입각한 의료행위, 전문가의 권리와 책무, 환자의 자기결정권 등의 원칙을 제대로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 박 위원의 설명이다.

의사 또한 겉으로 보기에는 허가 외 처방을 자유롭고 편하게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에 대해 박 위원은 개원의들이 의약품의 허가 외 사용 시 가장 우려하는 사항이 ‘법적 책임 문제’인 것으로 조사된 결과를 인용, 처방의 결정과 이행이 전적으로 의사 개인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는 상황이 개원의 입장에서도 만족스러운 것은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문제점에 기반해 박 위원은 호주와 영국 사례에서 참고할 수 있는 특징을 네 가지로 요약했다. 과학적 근거에 입각, 근거 수준에 따른 의사 결정, 일반 진료 상황에 비해 훨씬 강도 높은 환자 설명‧동의, 허가 외 사용 결과 모니터링 책임, 전문가 의사 결정 지원할 의약품 근거 수집‧분석‧평가 제공 조직 등이다.

박 위원은 “추상적 문구만을 담고 있는 법조문보다 구체적인 지침이 마련되는 것이 의사와 환자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