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 전략의 기본은 선택과 집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것의 실체는 선택하지 않은 것을 버리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하겠다고 결정했다면, 나머지 K2, 마나슬루 등은 포기하는 것이다.
개인이나 조직이 전략을 세울 때 중요한 목표를 선택하는 것까지는 잘하는데 종종 선택하지 않은 것을 들고 있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그것도 남들보다 내가 하면 더 잘할 것 같아 버리기 아깝기 때문이다. 물론 자원을 무한정 가지고 있다면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아쉽고 때로는 아프지만 내려놓아야만 한다.
특히 개인에게 부족한 것은 시간이고 조직에 부족한 것은 예산이다.
그래서 경영학 교과서 표지에는 ‘전략은 버리는 것이다’라고 쓰여 있기도 하다. 의학도 그러하다. 의학은 정답을 족집게처럼 집어내는 학문이 아니라, 틀린 것을 버리는 학문이다. 기침하는 환자를 처음 대하면 암인가, 결핵인가 하면서 큰 병부터 제외(rule out) 시켜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의학수련을 통해 의사들은 기본적으로 전략적인 사고를 하는 버릇이 몸에 배어있다. 실제로 환자진료 외에 다른 문제를 논의할 때도 다른 전공 졸업자들과 비교해 보면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확연히 다른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남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직업이니 당연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런 재능을 진료에만 쓰고 있는 것이 조금 아쉽기도 하다.
연전에 의사이면서 정치가이신 정의화 국회의장을 찾아뵌 적이 있다. 그 바쁜 일정에 의사 후배라고 반갑게 맞으시며 오래 얘기를 나눠주셨다. 덕분에 인사만 드리기로 한 것이 무려 40여분 이상 지연되면서 의장실을 나올 때 모든 방문객들한테 눈총을 받기도 했다. 긴 시간 동안 내내 강조하신 것이 바로 우리사회가 의사들의 전략적 사고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었다.
대한민국 의료가 오랜 기간의 열악한 의료 환경 속에서도 세계 수준의 효율과 성과를 내는 것도 똑똑한 의사들의 전략적인 사고 덕분이다. 또한 많은 대학교에서 의사 총장을 배출해 왔고, 또 다른 어떤 전공출신에 못지않은 훌륭한 업적을 남기고 있다.
바야흐로 차세대 선도국가들이 모두 바이오-의료-헬스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목하고 막대한 투자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부처들도 뒤지지 않기 위해 산업화 전략 수립에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생명기술과 초연결기술의 융합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임을 고려할 때 그 한가운데 의료가 위치하는 것은 자명하다.
소의(小醫)는 육체의 병을 치료하는 의사이고, 중의(中醫)는 사람의 마음을 고치는 의사이며, 대의(大醫)는 사회와 국가를 치료하는 의사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