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항암제에도 살아나는 암 줄기세포 생존 원리 규명…2DG‧메포민과 탑시가르긴 동시 투여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국내 의료진이 항암제에도 살아남는 암 줄기세포의 생존 원리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항암제 조합을 밝혀내 주목된다.

이번 연구로 난치성 암 환자를 위한 치료제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정재호 교수(사진 왼쪽)와 박기청 교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정재호·박기청 교수팀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암 줄기세포가 갖는 항암제 저항성의 핵심 원인은 세포 내 칼슘이온의 수송과 저장에 관여하는 단백질 ‘SERCA'에 있었다.

일반 암세포는 항암제를 투여하면 과도한 스트레스가 유발되면서 죽음에 이르는데 스트레스 발생에 따라 소포체에서 과다 분비된 칼슘이온이 미토콘드리아에 쌓이면서 세포 자살로 이어진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암 줄기세포는 항암제 투여 시 과도한 칼슘이온 분비를 줄이고 과도하게 분비된 칼슘이온을 다시 소포체로 되돌려 넣을 수 있는 단백질 ‘SERCA’의 수는 늘려 칼슘이온 농도를 조절해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생존 원리에 착안해 연구팀은 ‘SERCA’의 기능저해제인 ‘탑시가르긴(Thapsigargin)’을 기존 항암효과가 확인된 2DG(2-deoxyglucose)‧메포민(Metformin)과 함께 투여하는 방법으로 암 줄기세포에 대한 항암효과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

비교군인 일반암 P-231은 2DG+메포민에 항암효과를 보였으나 암 줄기세포인S-231은 2DG+메포민에 항암효과를 보이지 않다가 추가 조성물 탑시가르긴을 동시 투여했을 때 항암효과를 유도할 수 있었다.

실제로 동물 실험 결과 평균 200㎣였던 암 줄기세포 종양들은 2DG와 메포민만 투여했을 때는 20일 뒤 525.67㎣, 30일 뒤 1082.44㎣, 40일 뒤 2963㎣로 커졌지만 탑시가르긴을 함께 투여하자 20일 후 372.67㎣, 30일 후 489.67㎣, 40일 후 520.11㎣로 성장이 억제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암 줄기세포뿐만 아니라 ‘항암치료로 과도한 스트레스가 발생하거나 종양미세환경이 나빠졌을 때 세포질 내 칼슘이온 농도를 조절해 사멸을 피한다’는 원리는 같은 항암제 저항성 여타 난치성 암에도 적용가능 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강조다.

이와 관련 정재호 교수는 “암이 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 스트레스와 항암제와 같은 인위적 스트레스에 적응하는 원리에 대한 심층적 이해가 가능해졌고 악성 암 줄기세포를 치료할 수 있는 실험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생존 관련 메커니즘을 더욱 상세히 규명해 암 줄기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어 “즉, 이번 연구로 암 치료 전반은 물론 그간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지 못했던 암 줄기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치료제 개발에 큰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는 의미”라며 “이번 결과는 특허 등록 후 항암제 개발을 위한 기술 이전도 이뤄진 상태”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실시 중인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실시됐으며 미국암연구학회에서 발행하는 ‘Clinical Cancer Research’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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