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급 당직비 추가 청구 지급 원고 패소 판결 비판…전공의 노력과 현실 무시한 행태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대전협이 전공의에게 정당한 보상 없이 희생만을 강요하는 병원의 갑질을 사법부가 정당화한 판결이 발생했다며 개탄했다.

이는 최근 서울지방법원이 전공의가 수련병원을 상대로 미지급한 당직비에 대한 추가 청구를 지급하라는 한 사건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일을 두고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회장 안치현)가 비판의 날을 세운 것이다.

서울지방법원은 판결 당시 ‘응급조치가 요구되는 특수한 상황에만 수술이나 회진이 이뤄지는 점, 근무 강도가 낮고 연속적이지 않다는 점, 보조적이고 임시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 당직 근무 시 전공의들에 대한 지휘와 감독이 매우 낮았을 것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대전협은 이 같은 판결 결과 및 근거에 막대한 오류가 있다는 점을 우선 지적했다.

당직 시에는 주간근무보다 당직의가 담당해야하는 입원 환자 수가 많으며 야간 연장 휴일 근무는 주간 근무의 연장일 뿐 근무 강도가 결코 낮지 않다는 것.

대전협은 “상태가 시시각각 변하고 예측이 불가한 환자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전공의들은 밤낮 가리지 않고 매 순간 고도의 긴장과 집중력을 기해야만 한다”며 “주간과 달리 야간과 휴일 근무 시간대에 발생하는 응급상황과 응급수술은 전문의가 즉시 개입되는 경우보다는 아무 도움 없이 전공의 단독으로 진료와 처치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전공의의 야간, 연장, 휴일 근무를 강도가 낮은 단순 대기성의 단속성 근무로 인정했다는 사실은 전공의들의 노력과 헌신을 무시한 행태로 밖에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 대전협의 비판이다.

대전협은 “법원은 전공의들에게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 지급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 안타까운 판결을 내리고 말았다”며 “병원은 전공의들의 열악한 처지를 이용해 정당한 근로의 대가마저 지급하지 않으려 하는 등 수익만을 위해 전공의를 단지 값싼 노동력으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언급했다.

대전협은 이어 “법원은 전공의의 병원 내 역할과 그 근무 환경을 파악하지 못한 채 권한을 남용해 법률 조항에서 사용된 의미와 입법 목적에 위반한 해석을 한 판결을 내려 이러한 병원의 처사를 정당화했다”며 “전공의들에게 정당한 보상 없이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은 또 다른 폭행”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대전협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무시간보다 약 2배를 근무하면서도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기준 조차 만족시키지 못하는 임금을 받고 있는 등 여전히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전공의들이 놓여있음을 다시금 확인한 판결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대전협은 “수련 환경과 당직 시간에 대한 올바른 해석을 하지 못한 법원과 의료계 내에서 사회적 약자라는 전공의의 지위를 이용해 열악한 근무 환경을 알고 있음에도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병원은 반성해야 한다”며 “추후에 이와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부당한 근무환경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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