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醫, ‘환자 내원 기피-병의원 행정부담-과도한 처벌’ 문제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정부의 예고대로 시행을 두 달 여 앞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마약류 불법유통을 방지하고 사용량을 줄이겠다는 취지는 이해하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특성상 환자들의 내원 기피와 의사들의 과도한 행정업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상훈 회장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회장 이상훈)는 지난 25일 백범기념관에서 개최한 회원연수교육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오는 5월 18일부터 마약류통합시스템(마약류관리)을 도입, 시행하기로 공표한 바 있다

마약류관리는 마약류취급자 또는 취급승인자가 수출입‧제조‧판매‧양수‧양도‧구입‧사용‧폐기‧조제‧투약하거나 제공 또는 학술연구를 위해 사용한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의 취급정보에 관한 사항을 식약처장에거 보고하는 것을 말한다.

당초 작년 6월 ‘마약’을 시작으로 11월 ‘향정신성의약품’, 올해 5월 ‘동물용마약류’ 순으로 시스템을 통한 보고를 의무화할 계획이었지만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일부 발견된 문제를 개선하고, 현장에서 예상되는 업무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1년 정도 시행이 연기됐다.

그동안 프로포폴 등 마약류 관련 의약품 오남용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정부가 마약류 및 향정신성의약품을 관리하겠다는 취지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마약류관리가 현실적으로 환자들에게 진료불안을 일으켜 결국 조기치료를 받아야할 환자들이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것.

이상훈 회장은 “마약류관리에 환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병명, 투약한 마약류 등이 입력되므로 환자의 개인의료정보가 암호화돼 제3의 영역으로 유출, 저장되게 된다”며 “게다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심평원 DUR 시스템에 덧붙여져 개인의료정보의 과도한 수집과 관리‧통제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 환자들은 진료기록이 남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데 굳이 병명을 기재하는 것은 환자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진료거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지적이다.

중점품목 식약처장 직권 지정, 과도한 처벌조항도 문제=아울러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마약류관리와 관련 중점관리 대상 품목을 식약처장 직권으로 지정한다는 점과 처벌조항도 과도하다는 문제점도 제기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일반 관리품목은 사용 후 다음달 10일까지 보고하게 돼 있지만 중점관리 품목은 사용 후 7일 전에 보고하게 돼 있다.

심지어 시일에 맞춰 보고를 하지 않을 경우 경고나 계도기간도 없이 영업정지 7일로 시작돼 처벌조항이 너무 과도하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절차적 복잡성 및 엄격한 처벌조항은 일선 병의원의 업무과중과 진료위축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시행초기 병의원 현장에서 심각한 혼란을 일으켜 진료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문제도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회장은 “마약류 중점관리 대상 품목 지정의 경우 과정이 중요한데 현재 식약처장 직권으로 지정이 가능, 전문가들과 협의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없다”라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특수성 및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편견, 그리고 사회적 파별과 불이익 등 현실적인 장애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볼 때 우리의 사회적 현실 속에서의 시스템의 도입과 시행은 분명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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