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진 변호사, 의사협회지 통해 진단 중요성 간과 등 문제점 지적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발행하는 JKMA(대한의사협회지) 최근호에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헌법재판소에 결정에 대한 오류를 지적하는 글이 실려 눈길을 끌고 있다.

JKMA 2월호 표지

유화진 의료전문 변호사는 JKMA 최근호에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헌법재판소 2012헌마551‧561 결정의 문제점’이란 글을 통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가할 수 있다는 근거로 자주 제시되는 관련 사건과 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문제점을 집중 조명했다.

먼저 유화진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는 명백한 의학적 오류가 있다. 대표적으로 세극등현미경이 측정결과가 자동으로 추출되는 기기라는 것인데, 세극등현미경 검사는 검사결과가 자동으로 추출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사들 내에서도 안과 전문의가 아니면 그 판독이 어려운 검사 중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검사결과가 자동으로 추출되는 의료기기라 할지라도 수치화된 검사결과 그 자체보다, 결과에 대한 종합적인 해석과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세극등현미경 검사결과의 자동 추출이라는 내용은 선해를 거듭해도 납득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한 헌재 결정이 의료기기 자체의 위험성을 강조한 반면, 문제된 의료기기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이는 점과 검사결과의 종합적인 판독을 통한 진단의 중요성을 간과한 점도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밝혔다.

진단의 중요성에 대해 대법원은 진단은 문진·시진·촉진·청진 및 각종 임상검사 등의 결과에 터 잡아 질병 여부를 감별하고 그 종류, 성질 및 진행정도 등을 밝혀내는 임상의학의 출발점으로서 이에 따라 치료법이 선택되는 중요한 의료행위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며, 임상에서 진단의 중요성, 오진의 문제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것.

유화진 변호사는 “의료기기 사용의 위험성은 의료기기 자체의 위해보다는 의료기기에 대한 지식과 수련, 경험의 부족으로 오진이 이뤄질 경우 환자인 국민에게 돌아갈 피해가 그 핵심이다. 그 피해는 일단 발생하면 회복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단체에 대한 의견조회 절차도 누락"

절차상으로 헌법재판소는 위와 같은 중요한 사건의 판단에 있어 의료기기의 특징, 작용기전, 검사결과 해석에 필요한 지식 등과 관련해 대한의사협회나 대한안과학회, 대한안과의사회 등 관련 전문가단체에 의견조회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전문가단체에게 의견을 조회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건의 무게를 고려한다면 실질적인 대립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해 판단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했어야 한다”며 “그와 같은 절차의 누락은 세극동현미경이 자동으로 검사결과를 추출하는 의료기기라는 명백한 오류로 귀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문제되는 사건들에서 대두되는 쟁점 중의 하나는 한의사들도 ‘교육’을 받는다는 것에 대한 의견도 전했다.

교육과 전문성은 의료행위 또는 한방의료행위의 필수적인 요건이지만, 이원적 의료체계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에서 교육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한의사에게 한방의료행위가 아닌 의료행위를 허용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유 변호사는 “만약 교육이 이뤄졌다는 이유로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중 일부를 허용하고자 한다면, 근래 교육을 받은 일부 한의사가 아닌 모든 한의사들에게 그에 대한 교육이 이뤄졌고 전문성이 확보됐다는 점에 대한 검증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라며 "한의사 면허 범위 내의 한방의료행위는 일부 한의사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한의사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그는 “학문의 근본원리를 토대로 한 전문성에 대한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며, 만약 학문영역의 융합으로 더 이상 학문원리의 구분이 어렵고 한의학에서 이뤄지는 교육 내용의 대부분이 의학교육 내용과 유사하다면, 한의사의 정체성은 더 이상 의미가 없을 것이므로 일본과 같이 한방의료가 의료에 통합되는 방향으로 의료법이 개정돼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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