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20억대 과징금 부과 취소…“의학적 타당행위 아닌 통상적 치료행위만 ‘우려’”
세승 현두륜 변호사 “임상현실 이해한 판결, 다른 부당청구 유형 구별해 판단해야”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의료기관이 ‘임의비급여'를 통해 규격화된 요양급여기준에서 벗어나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시행한 적극적 진료의 당위성과 예외성을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A대학법인이 보건복지부장관을 대상으로 제기한 20억대 과징금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2012년 5월 A대법인이 운영하는 A대의료원에 대해 현지조사를 실시한 보건복지부는 2011년 6월부터 11월까지 수진자들을 진료할 당시 시행되고 있던 요양급여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제반 규정들을 초과해 요양급여를 실시했다고 봤다.

이를 통해 수진자들로 부터 의약품, 치료재료, 검사료, 이학요법료 등 요양급여행위의 비율을 비급여로 징수함으로써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에게 요양급여비용 4억 8,761만 680원, 의료급여 수급권자에게 의료급여법상 의료급여비용 4,087만 940원을 각각 부담하게 한 사실을 확인했다.

복지부는 요양급여비용 과다본인부담금 합계액을 감경한 부당금액으로 산정한 후,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99조, 구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70조 제1항에 따라 2013년 9월 A대법인에 부당금액의 4배인 19억 708만 9,880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제1처분)

또한 의료급여비용 과다본인부담금 합계액을 감경한 부당금액으로 산정한 후, 구 의료급여법 제29조 제1항에 따라 2013년 10월 A대법인에게 부당금액의 3배인 1억 1,931만 4,320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제2처분)

하지만 A대법인은 사건의 임의비급여 진료행위가 있을 당시 이를 요양급여대상에 편입시키기 위한 사전 절차가 존재하지 않았거나 절차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수진자들의 치료의 특수성‧심각성‧시급성 등에 비추어 거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여러 논문과 관계 행정청 심사결과에 의해 안전성‧유효성‧필요성이 입증됐다고 할 수 있으며, 수진자들이 충분한 설명을 듣고 비용부담을 동의했다”며 “사건 임의비급여 진료행위는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에 해당하며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가입자 및 피부양자에게 요양급여 및 의료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

더불어 “최선의 의료행위를 하기 위해 임의비급여에 이르게 됐고 요양급여대상에 편입시키기 위한 사전 절차가 존재하지 않았던 부분도 포함돼 있는 점, 환자에게 부득이하게 진료비용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의약품비용과 치료재료비용 등 모든 비용을 공급받을 당시의 원가대로만 청구했을 뿐 추가 경제적 이익을 얻었거나 시도를 한 바가 전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각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및 남용했다“고 지적했다.

“의학적 타당한 진료까지 과징금 부과, 생명 권리 침해”

법원은 “임의비급여 허용요건 중 일부를 충족시키지 않은 경우에도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과징금 감경사유에 해당될 수 있으므로 이를 반드시 고려해야 하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3~4배의 과징금으로 부과한 것은 재량권 일탈 남용의 위법이 있고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정당한 과징금액수를 산정할 수 없으므로 모든 과징금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먼저 제1처분에 대해 A병원의 행위는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치료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해 이뤄진 것으로 보이고, 환자 측으로 부터 징수한 비용은 실거래가격이어서 이로써 원고 병원이 별도의 이익을 얻은 바도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을 주목했다.

또한 “의학적으로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 진료행위까지 예외 없이 과징금을 부과한다면, 병원으로서는 특수한 비용은 지출하지 않은 채 통상적인 방법에 의한 치료를 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환자의 귀중한 생명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며,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의사의 진료행위를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배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제2처분도 의료적으로 환자에게 이루어져야 함이 상당한 최선의 진료행위가 의료급여행위로 정하여 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진료행위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이익의 환수뿐 아니라 업무정지나 과징금의 3~4배 제재까지 가한다면 이는 오히려 국민보건을 향상시키려는 법의 취지에 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원고 측 변호를 맡은 세승 현두륜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1심 법원이 각 증거자료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통해 임의비급여의 허용요건을 엄격하게 판단한 것은 기존 대법원의 법리에 충실한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며 “그러면서도 임의비급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임상현실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그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과징금을 감경해야 한다고 판시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2012년 여의도 성모병원 임의비급여 판결에서는 임의비급여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나, 그 허용요건이 상당하고 엄격하고 이를 전부 병원이 입증하도록 하고 있다”며 “그에 따라 임의비급여 진료를 하게 될 경우, 해당 병원이 면책되기는 상당히 어려운데 판결을 계기로 정부는 임의비급여를 다른 부당청구의 유형과 구별해 다룰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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