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균
부민병원그룹 경영이사
(연세대 보건대학원 겸임교수)

[의학신문·일간보사] 올해 초부터 대학병원의 외래환자 쏠림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전문지에 의하면 대학병원에서 일일 평균 외래환자가 올해 들어 10% 정도가 늘어 설립 이래 최대 수치로 외래 환자가 늘어났다고 한다. 이 같은 환자증가 이유에 대해서 선택진료비의 폐지를 주요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인 ‘문재인 케어’가 시행도 않된 시점에서 다소 의외적인 현상이다. 병원계에서는 올해부터 선택진료비가 사실상 폐지되면서 대학병원에 외래 환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동안 환자들이 부담하였던 선택진료비와 기존 비급여가 풀리면서 의료계가 우려한 대로 대형병원 환자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병원계에서는 건강보장성강화 대책은 대형병원으로 환자쏠림을 유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해 왔다. 애초 ‘문 케어’가 비급여의 점진적 축소가 아니라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를 완전히 해소하겠다고 발표하였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는 비급여의 급여화는 보장성 강화 차원에서 좋은 일이지만, 비급여 전면 급여화는 의학적 근거가 높은 순서대로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또한,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비급여의 급여화와 동시에 진행되지 않으면 예상치 않은 상황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였다.

그 결과 정부에서도 ‘문 케어’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없이는 비급여의 급여화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의료계와 정부의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었지만 협상은 실패하였다. 그 배경에는 비급여를 급여권으로 이전하면서 적정수익 산정방법과 의료전달체계 개선책을 둘러싼 이해가 대립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의료제도권에서는 의료급여화 문제와 의료전달체계의 방법을 둘러싼 정부-의료공급자 간의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사이에 환자들이 먼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에도 일각에서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에 따른 환자가 안 움직인다는 전제 하의 정책은 예상치 않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문 케어’가 제대로 시행도 되기 전에 환자들의 대학병원으로 쏠림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문 케어’가 본격으로 시행되어 비급여의 급여화가 시행되면 환자쏠림 현상은 더욱 더 심각해 질 것이다. 이 경우 의료계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겠다.

한국에 세 번째 방문한 일본의료전문가인 하지메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병상수를 보유한 병원 상위 12개 중에서 한국이 4개를 차지하며, 한국 병원의 특징은 ‘병원의 대형화’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에 의하면 한국병원의 대형화가 놀라우면서도 의료시설과 편중으로 인한 지역간, 의료기관 간의 의료 격차 해소와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하지만, 향후 이대로 간다면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대형병원으로 외래환자쏠림은 재앙적인 수준이 될 것 같다. 환자들의 비급여 비용부담(cost burden)이 낮아지면 대학병원은 같은 값이면 ‘질 높은 의료기관’으로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되면 우리사회와 의료계는 사회적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다. 이 같은 불행을 예방하기 위해서 지금부터 의료공급자에 대한 정책관심만큼 의료소비자의 의료이용형태에 대한 정책적인 관심과 대책이 시급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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