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거침없는 질주를 보이던 제약산업계가 최근 다소 주춤하다. 산업계의 상승세를 주도하던 주춧돌 한 쪽이 이상징후를 보이며 나타난 현상이다. 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이 최근 갑작스럽게 낙마했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원 회장의 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취임이 ‘공직자 취업제한 규정에 저촉된다'고 결론 내렸고, 원 회장은 ‘협회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며 받아들였다.

김영주 부국장

이같은 원 회장의 갑작스러운 중도하차는 산업계에 충격과 아쉬움을 남겼다. 공교롭게도 이행명 이사장도 이번 달 총회를 끝으로 물러나게 됨으로써 그동안 준비하고 계획했던 일들이 모두 허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다.

돌이켜보면 지난 2016년 2월말 제약바이오협회 제 12대 이사장에 취임한 이행명 이사장과 그의 천거로 1년 후인 지난해 3월 제 21대 회장으로 취임한 원희목 회장의 투톱 체제는 좋은 호흡속에 많은 성공사례을 남겼다. 대한약사회장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역임한 원희목 회장의 발상의 전환에 기초한 신선하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산업발전에 대한 사심 없는 애정과 자긍심으로 중무장한 이행명 이사장의 물심양면의 뒷받침 속에 날개를 달았다. 원희목 회장이 주창한 산업발전 모델은 과거와 달랐다. ‘제약산업=국민산업’ 이라는 명제를 던지고, 산업발전이 곧 국가발전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역설했다. 향후 양질의 고용창출은 물론, 전체 국민의 미래먹거리 산업으로서 제약산업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이해를 달리하는 단체와도 협업을 주창하며 전체 파이를 키워 나누자는 제안은 그의 특유의 친화력과 정치 감각에서 비롯됐다. AI(인공지능)를 이용한 신약개발의 필요성에 공감한 그는 관련 전문가들을 비상임 임원으로 영입, 그들의 노하우를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하기도 했다. 이행명 이사장은 이런 원회목 회장을 어렵게 설득해 회장직에 취임토록 한 장본인 이다. 그는 원 회장을 적극 뒷받침해 왔다. 중견기업 오너지만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산업발전이라는 대의를 쫓았다. 특히 리베이트 설문조사라는 ‘강수’를 동원해 가면서까지 윤리경영 확립을 위해 헌신했다. 산업발전을 위해 악역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발로로 읽혀졌다. 원희목 회장은 2018년을 ‘성공신화의 해’로 선언하고 가시적 결실을 위해 본격적인 뜀박질을 시작하자고 제안하며 제약산업 글로벌화를 위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던 터였다.

최근 몇 년 동안 제약산업은 과분(?)할 정도의 조명을 받고 있다. 이런 관심이 제약 역사상 언제 또 있었나 싶을 정도이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 외국 순방길의 단골손님 인 냥 제약계의 동행이 당연시 되는가 하면,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범정부 차원의 전폭지원을 지시하는 등 조명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100대 핵심 국정과제에 지원·육성해야할 신산업으로 ‘제약·바이오’가 선정되며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까지 부여받았다. 제약산업의 이 같은 위상강화는 물론, 한미약품을 필두로 한 개별 제약기업들의 신약개발에 대한 잇단 성공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적절한 대응도 국민과 정부의 신뢰와 지원을 이끌어 내는데 한 몫했다

제약산업을 국민산업이라는 한 차원 높은 영역으로 끌어올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유도함으로써 신약개발을 통한 글로벌 진출을 보다 원할히 해 보겠다는 원희목 회장의 의도치 않은 퇴진과 리베이트 척결과 관련한 단호한 의지를 보였던 이행명 이사장의 동반퇴진으로 인한 환상적 투톱체제의 붕괴는 산업 입장에서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신약개발을 통한 글로벌 진출을 향한 산업계의 시계가 멈춰지는 것은 아니다. ‘제약산업=국민산업’의 명제가 원희목 회장의 전유물로만 머물러서도 안된다. 더욱이 글로벌 수준의 윤리경영 확립을 위한 노력은 결코 멈출 수 없는 과제이다. 방향을 바꿀 수도 없고 바꿔서도 안된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외길이다. 특히 잠시 어수선한 틈을 타 윤리경영에 관해 좌고우면 해서도, 그것이 용납돼서도 안된다는 것이 시대적 명령이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