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협, '의원, 병상허용 반대'…협의체 2년 논의 물거품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이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병원협회(병협)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제안한 일차의원의 단기입원 조항에 대해 불수용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협은 지난 5일 긴급이사회 및 병원장회의를 개최한 가운데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에 포함된 의원의 병상 허용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도출했다.

일차의원에 병상을 허용하는 것은 기존 종별에서 기능별로 분류해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자는 본연의 취지를 벗어났다는 게 병협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병협 내부 논의 후 홍정용 병협회장과 추무진 의협회장이 만나 권고문 최종안에 대한 협의를 하기로 했으나 합의점을 찾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수년간 의료전달체계 개선협의체에서 논의해왔던 노력들이 물거품이 된 셈이다.

이 같이 의협과 병협의 최종 중재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복지부에서는 추가적 논의 없이 현재까지 도출된 권고문으로만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향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문제는 문재인 케어나 3차상대가치 개편 등과 연계성을 띄고 있는 만큼 서둘러 해결해야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권고문은 입법이나 고시가 아닌 단순히 참고사항이기 때문에 복지부 정책에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의협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의협과 병협이 최종 합의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 80~90%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면 권고안을 제출하고, 나머지 부분은 추가적 논의를 이어갔으면 했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특히 의료계와 병원계 간 대립이 분명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의료계 내부적으로 분열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의료계 한 임원은 “결국 의원급에서는 전략적으로 기회를 놓친 꼴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의료계 내부적으로 권고문에 포함된 용어이 얽매이고, 직역간 대립, 정치적 상황에 매달려 권고문 최종안을 합의하지 못한 부분이 굉장히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 초안이나 방향성에 대해 의료계, 병원계, 정부, 시민단체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했고, 의원급에 유리한 상황이었는데 스스로 발로 걷어찬 셈이나 마찬가지”라고 피력했다.

의료 사용자들도 의협과 병협에서 중재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의료 사용자 입장에서는 협의체에서 2년 동안 굉장히 양보하고 인내를 갖고 논의했는데 막상 의료계 이해관계와 갈등으로 권고문이 완성되지 못한 점에 실망스럽다”며 “심지어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의료계가 제안한 것인데 이 같은 결과에 황당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질적으로 의료 이용자의 입장에서 권고문에 이의가 있는 부분도 아직까지 논의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며 “추후 의료 이용자 입장에서의 권고안을 만들어 복지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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