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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내 태아사망과 중재원 역할
최주현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의학신문·일간보사] 자궁 내 태아사망 사건으로 금고형을 선고 받은 산부인과의사가 최근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1심에서 자궁 내 태아사망으로 실형까지 선고 받은 후 7개월만이다.

독일인 A씨는 2014년 출산이 임박해지자 집 근처 산부인과를 찾았다.

당일 오후 10시경 입원해 분만을 준비한 A씨는 다음 날 오후 2시 30분이 돼서야 진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해당 의사는 2시간 뒤 통증을 완화하는 무통 주사를 A씨에게 놔줬고, 태아의 심장 박동수도 확인했다. 그러나 1시간 30분 가량 지나 의사가 다시 심장 박동수를 확인했을 때 태아는 이미 심정지로 숨진 상태였다. 1심 재판부는 무통 주사를 놓은 직후부터 태아가 사망한 시각까지 1시간 30분 동안 A씨가 아무런 의료 조치를 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봤다.

실형 판결이 나오자 지난해 4월 29일 서울역 광장에서‘전국 산부인과 의사 긴급 궐기대회’가 열렸다. 서울시의사회 등 16개 시·도의사회의 적극적인 참여로 1000여명의 의사가 법원 판결을 규탄했다. 의사협회 차원에서 담당의사의 선처를 호소하며 항소심 재판부에 의사와 국민 5000여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자궁 내 태아 사망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실제 원인 불명인 경우가 많다”며 “이 사건 태아의 경우 부검도 하지 않아 정확한 사망원인을 알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주의 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하고, 그 증명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고 선을 그었다.

“태아 심박동수 감소를 발견하고 제왕절개 수술을 시행했다고 하더라도 태아 사망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바, 태아 사망의 구체적 원인, 사망시각을 알 수 없는데 학회 권고에 따라 태아 심박동수를 측정했더라도 태아 사망을 막을 수 없었을 가능성이 보여 진다”고 밝혔다. 재판부는“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담당의사의 잘못과 태아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라는 말과 함께 무죄를 선고했다.

소송 과정을 살펴보면, 1심 재판부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 회신을 근거로 의사의 업무상 과실치사죄의 성립을 인정했다. 항소심에서는 피고측 변호인이 중재원에 사실조회신청을 통해 중재원의 감정회신을 반박했다. 그 결과 원심의 판단이 파기됐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결국 중재원 감정 결과가 1심 판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중재원 민사 감정이 형사 판결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되짚어볼 일이다. 의료사고 분쟁을 조정·중재하는 대체적 분쟁해결기관이 민사적 과실 판단여부가 아닌 형사사건에 쓰일 감정 행위를 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은 법조계 10년 이상 경력자로 1심 판사의 판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향후에도 민사 사건에 대한 중재원의 판단이 형사 재판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설립취지에 맞게 중재원 감정이 민사적 과실 판단에만 쓰여 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사회가 발전하고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의료와 관련한 분쟁 및 이를 둘러싼 법적 다툼 등 논란이 늘어나고 있다. 국가는 국민의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위하여 각종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각종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제도적 개입이 지나치면 바람직한 환자-의사 관계 형성을 방해하고 의료진을 방어적으로 만들어 올바른 치료에 나서지 못하게 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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