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여, 경험하고 연구하세요'
'외부 실습 늘리고 다양한 경험 제공 위해 노력'

이홍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장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학생들이 공부보다는 경험을, 외우기보다는 연구를 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지난 2년간 커리큘럼을 다양화했습니다. 이젠 아카데믹 메디슨을 이뤄내기 위해 대학이 이러한 교육 과정을 주도적으로 도입할 계획입니다.

이홍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장(사진)은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성적 위주의 교육 방식’에서 벗어난, 다양한 커리큘럼과 잣대를 도입하는 ‘열린 교육’을 적극 내세웠다.

이와 같은 방향성은, 이홍식 학장이 걱정하는 주입식 교육 시스템, 즉 학생들이 ‘공부’만 하면 된다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했다.

“그간 의과대학 학생들이 의학에 대한 공부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 컸습니다. 시험을 통과시키기 위한 학교가 되다보니 대학이 아닌 학원과 같은 분위기가 돼버렸는데 이는 문제가 있습니다.”

의대는 배움의 장이 되어야 하고 졸업생 모두가 의사가 되는 것이 아닌 각 분야로 진출하는 것이 최근의 트렌드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과정이 과연 다양한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 이 학장의 설명이다.

고대의대는 이러한 이 학장의 목적 의식에 맞춰 꾸준히 변화했다. 다양한 교육방식을 보여줄 수 있는 학생연구회는 2년 전 17명뿐이었지만 작년에는 부쩍 인원이 늘어 85명이 참여했다. 또한 본과 4학년에 몰입형 연구 심화과정·해외 실습·국내 실습 등을 포함시켜 학교 안 교육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살아있는 경험’을 할 수 있게끔 적극 지원했다. 현재 고대의대 학생 중 몰입형 연구 심화과정에는 25명이 지원했으며 외부 실습은 10명, 해외 실습은 20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이 학장의 참여형 학습은 예과 학생들에게까지 그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고대의대는 최근 공대·정경대·법대 등 타 대학에게 의예과 학생들이 들으면 도움이 될 만한 과목을 추천 받았다. 의예과 학생들이 이 과목들 중 15학점을 이수할 경우 증서가 수여되며, 이 증서는 학적부에 기록돼 인턴·전공의 모집 때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본과 2학년에 만들어진 ‘인간과 의사’라는 커리큘럼은 고대의대의 교육 철학을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과목 중 하나다. 오전에 진료과 강의를 받고 오후에 환자 케이스 학습을 끝내고 나서 진행되는 ‘인관과 의사’ 과목은 의사로서 겪게 되는 윤리 문제와 정책 등을 심도 깊게 다루도록 했다. 이 과목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연명의료, 생명윤리, 환자인권 등 현재 의료계 화두로 간주해도 손색없을 만큼의 첨예한 주제로서 교수와 학생이 함께 고민하는 과목으로 자리잡았다.

이 학장은 이러한 학습 형태가 아카데믹 메디슨, 즉 의학의 외연을 넓히고 연구와 교육을 통해 환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는 시스템으로 자리잡기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 열린 행사에서 아카데믹 메디슨에 대한 이해도를 살펴보니 많은 의료계 단체에서 이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진전돼있었습니다. 이러한 이해가 확산되고 전공의 주당 최대 근무시간 80시간 등 지금의 규정만 다 따라줘도 아카데믹 메디슨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아카데믹 메디슨을 이루려는 또 다른 방안은 헬스시스템사이언스의 도입이다. 최근 해외에서도 의료경영, 보험, 환자안전 등을 포함하는 헬스시스템사이언스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를 이를 대학이 주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것이 이 학장의 계획이다.

그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학생들에게 “너무 공부 열심히 하지 말고 다양한 백그라운드와 포텐셜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며 “일등은 중요하지 않다. 학생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저명한 교수님들의 강의를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마무리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