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생명과학부 권혁무 교수팀...발병원리도 규명

[의학신문·일간보사=이균성 기자] 국내 연구진이 당뇨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신장질환의 원인을 밝혀냈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생명과학부 권혁무 교수팀이 '당뇨성 신증'의 원인 유전자를 찾고, 발병원리를 규명했다고 1일 밝혔다.

고혈당 환경이 TonEBP 유전자를 활성시켜 대식세포 염증반응이 발생, 신장이 손상되는 과정

당뇨성 신증은 당뇨병이 10년 이상 진행되면서 나타난다. 당뇨환자 30%가 이 질환에 걸린다. 특히 말기신부전증의 가장 큰 원인(50.2%)이 당뇨병성 신증일 정도로 위험하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치료제가 없고 조기예측도 어렵다.

권혁무 교수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당뇨병 초기에 어떤 변화가 신장 손상으로 이어지는지를 살폈다. 당뇨병에 걸린 실험쥐는 높은 혈당이 면역세포(대식세포)의 염증반응을 유발하면서 신장이 손상됐다.

체내 혈당이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 몸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침투한 것처럼 인식한다. 이때 대식세포는 침투세력을 공격하는 염증반응을 시작하며 이동성도 높아진다. 그 결과 대식세포가 신장으로까지 침투하면서 정교한 신장조직을 손상시킨다.

연구진은 고혈당이 대식세포의 염증반응을 유도해 신장을 손상시키는 전반적인 과정에 '톤이비피(TonEBP)’라는 유전자가 관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당뇨병에 걸린 실험쥐에서 톤이비피 유전자를 제거하자 신장질환이 나타나지 않았다.

권혁무 교수는 "원래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몸에 침입하면 대식세포 내에서 톤이비피 단백질이 늘어나면서 염증반응이 일어난다"며 “이번 연구는 당뇨병 환자의 높은 혈당을 마치 감염처럼 파악해 염증반응이 시작된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톤이비피 유전자의 변이는 사람의 당뇨병에도 동일한 작용을 했다. 연구진이 미국 매랠랜드 의과대학 내과, 노인의학연구소 교수들과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 백인 환자의 톤이비피 유전자의 변이가 염증은 물론 신장손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

권 교수는 "당뇨병성 신증을 예측할 수 있는 유전자 변이를 밝힘으로써 초기 당뇨환자에게 발병위험을 예측하고 예방치료의 길을 열 수 있게 됐다"며 "현재 톤이비피 유전자의 억제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관련 연구를 계속해 더 많은 환자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신장의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미국신장의학회지(Journal of American Society of Nephrology, JASN) 2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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