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내용 너무 방대‧복잡…연명의료 중단 조건 실제 임상서 적용하기 어려워’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가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을 유보하고, 의료현실에 맞게 개정해야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연명의료결정법 내용이 너무 방대하고 복잡하며, 연명의료 중단의 조건도 실제 임상에서 적용하기 매우 어려울 정도로 현실과의 괴리가 심각하다는 우려에서다.

의협 대의원회 임수흠 의장

의협 대의원회는 30일 “연명의료결정법의 시행을 불과 일주일 여 앞두고 의료계에서는 많은 우려와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며 “모든 우려와 예상되는 부작용을 고려할 때 정부는 이 법의 시행을 즉시 유보하고 개정 작업에 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의협 대의원회에 따르면 서울대 병원에서 300여명의 말기 및 임종기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명의료 시범사업을 실시했으나 실제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은 18명(6%)에 불과했다.

또 복지부가 실시한 연명의료 시범사업 결과만 보더라도 8300여명의 사망자 중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은 107건(1.3%)으로 추정돼 실제 법 적용이 쉽지 않다는 것.

특히 대의원회는 지금까지 일선 병원에서 관례처럼 시행되어 오던 심폐소생술거부 양식은 더 이상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대의원회 임수흠 의장은 “하루에 전국적으로 500 여명의 사망자가 예고 없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법이 제시하는 엄격한 기준의 사전연명 의향서를 받아놓지 못했거나 직계가족 전체에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 또 연락이 되었더라도 가족 중 1명이라도 반대를 한다면 의료진은 기약 없는 심폐소생술을 해야만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임 의장은 ‘의료진에 대한 가혹한 처벌 규정’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의료진이 연명의료 중단과 관련 제 규정을 위반 했을 시 4중의 처벌조항을 두고 있으며, 최고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임 의장은 “전 세계의 모든 의료 관련 법률을 보더라도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려운 중대한 처벌 규정”이라며 “이러한 엄격한 잣대는 결국 현장의 의료진으로 하여금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불필요한 연명의료를 오히려 더 조장하게 만들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연명의료법 작성에 참여한 국회의원들과 복지부는 지금이라도 의료계의 우려와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 이 법안이 진정 환자와 의료계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법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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