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대 연구팀과 공동 연구…인공지능 유전자가위 효과예측 프로그램 미래 밝아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국내 연구진에 의해 유전자 교정(Genome Editing)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유전자가위의 효과성을 예측하는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세계 최초로 개발돼 주목된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김형범 약리학 교수(사진 왼쪽)와 서울대학교 공대 윤성로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연세의대 김형범 약리학 교수(기초과학연구원 연구위원)팀과 서울대공대 윤성로 전기정보공학부 교수팀은 연구자가 목표로 하는 유전자 부위를 잘라낼 수 있는 다양한 유전자가위 중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유전자가위를 선택해 제시해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최근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유전자 가위는 동식물 유전자에 결합해 특정 DNA 부위를 자르는 데 사용하는 인공효소로 DNA를 자르는 ‘절단효소’와 이 절단효소를 목표로 한 ‘DNA 염기서열’로 이끌어 달라붙게 하는 운반체이자 길라잡이인 ‘가이드(Guide)RNA’로 이뤄진다.

유전자 교정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선택한 유전자가위를 목표로 한 DNA염기서열로 부착시키는 것이 관건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많은 ‘가이드RNA’ 종류 중 어느 것이 가장 정확하게 목표로 한 DNA염기서열로 접근해 부착되고 충분한 유전자 교정효과를 낼 수 있는지의 문제가 전 세계 유전자 연구자들의 큰 고민이었던 것.

실제 김형범 교수는 “유전자가위의 효과를 예측하는 기존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있지만 다양한 형태의 유전자 가위에 대해 저장된 정보량이 적어 부정확한 예측 값을 산출해 활용도가 크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많은 연구자들이 직접 다양한 형태의 유전자가위를 만들어 일일이 실험을 통해 검증할 수밖에 없어 상당한 노력과 시간, 비용이 소요돼 왔다”며 연구의 이유를 밝혔다.

즉,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입력되는 다양한 형태의 방대한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고 그 속에서 일정한 규칙성을 찾아 제시할 수 있는 ‘딥 러닝’(Deep Learning)기술을 가진 인공지능을 대안으로 생각해 인공지능 전문가인 서울대공대 윤성로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추진하게 됐다는 것이 김형범 교수의 강조다.

예측모델 구축 첫 단계로 김형범 교수는 앞서 개발한 유전자가위의 활성도를 대량으로 측정할 있는 첨단 분석기법으로 얻은 1만5000개의 각기 다른 가이드RNA를 가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pf1)’의 유전자교정 효과 정보를 내놓았다.

이후 윤성로 교수는 이 정보를 자체적으로 개발한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을 통해 다양한 조건 속에서 최적의 유전자 교정 효과율을 낼 수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높은 순부터 제시하도록 했다.

윤성로 교수는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을 통해 연구자는 가장 최적의 유전자가위의 정보를 받아 수개의 유전자가위만을 실제로 제작하고 실험을 통해 검증함으로써 시간과 노력 및 예산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왼쪽의 도표에서 Y축(세로축)은 선택한 다수의 유전자가위 효과도를 연구진들이 실제 실험을 통해 검증한 값들의 분포 값이며, X축(가로축)은 공동연구진이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예측한 Y축에 사용했던 동일한 유전자가위의 AI의 예측 효과도 값이다. 도표 상 가로지른 선에 분포된 점에 수렴(접근)될수록 ‘1’의 값을 갖는다. 실제 실험을 통해 검증된 유전자 가위 효과도와 인공지능이 예측한 효과도가 1에 수렴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평균 0.87의 상관 값을 보여주고 있음)

김형범 교수는 “실제 실험 결과 치와 인공지능이 제시한 예측 값의 상관관계가 0.87로 수렴되는 매우 높은 신뢰도를 보여줬다”며 “상관관계 값이 1에 가까울 수록 보다 큰 정확도와 신뢰도를 보여주는데 기존에 활용되던 유전자가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은 평균 0.5~0.6의 값을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개발된 인공지능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던 이유로 기존 프로그램에는 없던 새로운 변수 조건을 넣고 학습시켰다는 점을 꼽은 연구진이다.

유전자 가위가 목표하는 DNA 염기서열로 접근, 성공적으로 부착하기 위한 ‘염색질 접근성(Chromatin Accessibility)’까지 고려한 정보를 인공지능에 포함시켰다는 의미다.

윤성로 교수는 “목표한 유전자 염기서열을 ‘잘 찾아가고 잘 잘라내는’ 유전자가위의 종합적인 정보를 넣어 인공지능을 학습시킨 것이 높은 효과를 가진 유전자가위 선택 정보를 내 놓을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두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인공지능 유전자가위 효과예측 프로그램’의 미래를 밝게 내다봤다.

김형범 교수는 “향후 더 많은 유전자 가위의 효과 정보를 추가적으로 인공지능에 학습시킬수록 정확도와 신뢰도가 향상된 유전자가위 효과예측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공동연구 성과를 통해 향후 국내 의학과 공학 분야의 융합연구가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윤성로 교수 또한 “유전자치료와 신약개발 등 의료산업 분야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 쓰일 수 있는 유전자가위 효과예측 프로그램을 만듦으로서 관련 산업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연구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Nature Biotechnology’(IF 41.67)지 온라인 판 1월 30일자에 ‘Deep learning improves prediction of CRISPR-Cpf1 guide RNA activity(딥러닝을 이용한 CRISPR-Cpf1 가이드 RNA 활성 예측 성능 개선’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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