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언항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

[의학신문·일간보사] 두 세 명만 모이면 가상화폐 이야기다. 아무리 들어도 그 실체를 알 수가 없다. 실제 투자하여 돈을 벌었다는 사람의 말을 들어도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한몫 잡았다’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다’라는 말이 마음을 산란하게 한다. 떼돈 벌었다는 말을 들으면 공연히 손해 본 것 같은 기분까지 든다. '이제라도 늦기 전에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강박관념을 갖게 된다. 투자하고 있는 사람은 시시각각 오르내리는 가격 확인을 위해 일상생활에 지장까지 받는다고 한다. 가히 가상화폐 열풍(烈風)이다.

필자는 경제 전문가도 아니고, 가상화폐를 사 본 일도 없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안다. ‘이 세상에 가격이 무한대로 올라가는 것은 없다’는 것은 아주 평범한 진리다.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하여 결정된다. 가격이 오르면 사려는 사람은(수요) 줄고, 팔려는 사람(공급)은 는다. 따라서 제아무리 희소성이 큰 미술품이나 보석도 특정한 가격에 이르면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 아무리 갖고 싶어도 높아진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초등학교 사회 시간에 배웠고, 중고등학교와 대학에 걸쳐 반복해서 들었다. 이 원리는 모든 가치 결정에 관여하기 때문에 수요공급의 법칙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법칙을 무력하게 하는 예외가 있다. 돈을 향한 인간의 욕심이다.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을 살 수 있고, 행복까지 살 수 있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니 어느 누구도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돈이 많은 부자라도 돈에 혹한다. 서점에는 ‘돈 버는 비법을 담은 책들’이 즐비하게 꽂혀 있다. 가상화폐는 이러한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듯하다. 우선 가상화폐의 실체가 무언지 잘 모른다. 게다가 돈을 벌었다는 사람이 많다. 그러니 쉽게 돈을 벌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70여년을 살면서 아파트, 토지, 주식 등에 대한 광풍(狂風)을 몇 번 경험했다. 거기에서 얻은 교훈은 어떤 재화든지 언젠가는 최고가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폭락세로 돌아선다. 아무리 전문가라고 해도 그 꼭짓점에 이르는 순간을 모른다. 최고가를 찍은 값은 반 토막 나고 끝없이 추락한다. 가격이 아무리 떨어져도 살 사람이 없다. 그러면 이를 현금화할 수 없어 많은 사람이 파산한다. 이런 사람이 많아지면 몰아치던 광풍은 그치고 그야말로 고요해지는 순간이 온다. 바로 이게 공황(恐惶)이다.

얼마 전 가상화폐 거래를 규제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많은 사람이 이를 비난하는 청원을 청와대에 올렸다. 정부는 곧 확정된 사안이 아님을 밝혔다. 과정상 문제는 있었지만 국민에게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의 위험성을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대로 방치하기에는 사회적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첫째, 어렵겠지만 수고 없이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리자. ‘노력 없는 대가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겸손해야 한다. 재화의 가치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가격이 오를지, 떨어질지, 언제일지는 누구도 모른다. 셋째, 설사 투기행렬에 편승하여 일확천금(一攫千金)한다 해도 공허한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을 추적하였더니 대부분 불행해졌다고 한다. 누구라도 부러워할 재벌도 크고 작은 우환에 시달리는 것을 보면 우주는 인간이 크게 성공하는 것을 질투(嫉妬)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점에서 삶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것을 느낀다.

‘끝없이 올라가는 가치란 없다’ ‘설사 일확천금을 한다해도 그것은 불행의 첫발을 내 딛는 것이다’ 라는 평범한 진리를 믿고 그 열풍에서 비켜서 있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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