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전국 병원 수련환경평가 결과 발표…환자 안전 ‘빨간 불’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당직 시 전공의 주치의 1명이 담당하는 환자수가 41.8명으로 집계됐고 300명까지 담당케 하는 수련병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회장 안치현)가 최근 실시한 ‘2017 전국 병원 수련환경평가’ 설문조사 결과를 28일 ‘닥터브릿지.com’를 통해 공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2017년 9월 29일부터 10월 31일까지 진행됐으며 총 3천8백여 명의 전공의가 참여했다.

최종 결과에 포함된 병원 전체 전공의 1만 2천여 명 중 30%에 달하는 응답률로 2016년 설문조사에 이어 역대 최대 응답률이라는 기록을 갱신했다는 것이 대전협의 설명이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의 경우 각 문항의 순위를 전체 순위가 아닌 수련중인 전공의 수를 고려한 병원 별 규모로 나눠 △100명 이내 전공의 수련병원 △100~200명 전공의 수련 병원 △200명 이상 전공의 수련 병원 △단일 병원 500명 이상 전공의 수련 병원 등 총 4개 그룹별 순위로 발표했다.

안치현 회장은 “전공의법 시행 이후 첫 번째 피드백이고 현장에서 직접 체감한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모은 것”이라며 “각 수련병원들은 물론이고 병원협회와 복지부도 이 설문조사 결과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해 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치의 전공의가 당직 근무 시 담당 환자 수는 전공의 1인당 평균 41.8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하위 순위를 기록한 병원은 평균 90.1명, 당직 근무 시 담당 환자 수가 300명이 넘는다고 응답한 전공의도 있었다.

안치현 회장은 “전공의들의 누적된 피로, 불충분한 수면, 과도한 업무 역시 담당하는 환자의 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전공의 1인당 담당 환자수를 제한하는 등 환자의 안전과 수련의 질을 개선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또한 안 회장은 “설문결과에 따르면 여전히 법에서 규정하는 최소한의 요건을 갖춘 수련환경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며 “전공의 법 제7조 수련시간 관련 조항의 시행이 불과 2달 남은 시기에 진행된 조사였음에도 수련시간이 지켜지는 병원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일부 대형병원에서 조차도 주당 근무시간 100시간을 넘기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주당 근무시간을 묻는 질문에 전공의들은 평균 85시간으로 2016년 총 평균 91.8시간 보다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법정 제한인 80시간을 넘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규 업무 중 수련과 관련 없는 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 내외로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안치현 회장은 “수련과 관련 없는 업무의 비중이 가장 높았던 수련병원은 평균 21.5%를 기록했고 해당 병원의 평균 근무시간이 100시간임을 감안하면 일주일에 20시간은 수련과 관계없는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근무시간의 양적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련과 관계없는 업무가 근무시간의 20%나 차지한다면 수련환경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병원 내 전공의의 언어적 폭력 노출은 총 평균 47.1%, 신체적 폭력과 성폭력(말‧행동 포함)은 각각 총 평균 10.7%와 7.2%를 기록했다.

안치현 회장은 “개선 방안은 명확하다. 전공의 수련을 뒷받침할 안정적 재정 지원과 수련환경 평가 시스템의 강화”라며 “국가 차원의 재정지원이 이뤄진다면 수련기관의 부담을 줄이고 전공의도 ‘의료계 최약자’가 아닌 피교육자로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련환경 평가 시스템이 강화되기 위해서는 실제 현장에서 수련 받고 있는 전공의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어야 하고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개선안 도출이 가능하도록 조사 결과를 공개 및 공유해야 한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통해 검증된 평가 결과에 따라 수련기관들에 확실한 상벌을 지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위원회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임인석 위원(중앙대학교 소아청소년과 교수), 강청희 위원(前대한의사협회 부회장), 이용민 위원(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엄상현 차장(동아일보) 및 대전협 이사진, 고려대학교 통계연구소가 참여했다.

위원회는 “설문에 참여한 전공의의 수가 총 3천8백여 명으로 지난해보다 응답률이 10%나 높아졌다. 지난해 공개되었던 설문조사의 결과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위원회는 이어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지만 작년 데이터와의 비교분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활용도가 높다”며 “매년 유효한 데이터를 축척해 나가면 대한민국 교육수련제도의 성장을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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