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 결정 통해 47명 사망…복지부, 수가 신설 등 제도 개선책 도입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환자가 자신의 연명의료를 지속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범사업을 마치고 다음달 4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보건복지부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른 석달 간의 시범사업을 종료하고, 2월 4일부터 연명의료결정제도를 본격 시행한다고 24일 밝혔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 어떻게 하나

2월 4일부터 ‘연명의료결정법’ 상 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 연명의료에 관한 본인의 의사를 남겨놓을 수 있다.

연명의료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및 항암제 투여의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만을 연장하는 것을 뜻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이면 건강한 사람도 작성해 둘 수 있다. 다만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찾아가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해야 법적으로 유효한 서식이 된다.

연명의료계획서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되어 있는 의료기관에서 담당의사 및 전문의 1인에 의해 말기환자나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로 진단 또는 판단을 받은 환자에 대해 담당의사가 작성하는 서식이다.

말기환자는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에 걸린 후 적극적 치료에도 근원적인 회복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되어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라고 담당의사와 전문의 1인이 진단한 사람을 뜻한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는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에 있는 환자라고 담당의사와 전문의 1인이 판단한 사람을 의미한다.작성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는 연명의료정보포털(www.lst.go.kr)에서 조회 가능하다. 이미 작성되었더라도 본인은 언제든 그 내용을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다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로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더라도, 실제로 연명의료를 받지 않으려면 절차를 밟아야 한다.

우선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에서 담당의사와 전문의 1인에 의해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에 있는 환자(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라는 판단을 받아야 한다.

다음으로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환자가 연명의료를 받지 않기를 원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어야 한다.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모두 없고 환자가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라면 평소 연명의료에 관한 환자의 의향을 환자가족 2인 이상이 동일하게 진술하고 그 내용을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가 함께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만약 위의 모든 경우가 불가능하다면, 환자가족 전원이 합의하여 환자를 위한 결정을 할 수 있고, 이를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가 함께 확인하여야 한다. 환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친권자가 그 결정을 할 수 있다.

연명의료 중단 통해 47명 사망…개선책 도입‧검토 박차

복지부가 ’17년 10월 16일부터 ’18년 1월 15일까지 진행한 연명의료 시범사업 결과를 살펴보면 시범사업 추진 결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9,336건, 연명의료계획서 107건이 보고되었으며, 연명의료계획서에 따른 이행을 포함하여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의 이행(유보 또는 중단) 54건이 발생하였다. 유보는 연명의료를 처음부터 시행하지 않는 것을 뜻하며 중단은 이미 시행중인 연명의료를 중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가운데 연명의료중단등결정 이행 54건 중 47명이 사망하였다.

54건의 연명의료중단등결정 이행은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한 이행 27건, 환자가족 2인 이상의 진술을 통한 이행 23건, 환자가족 전원 합의를 통한 이행(시범사업에서는 유보만 가능) 4건으로 구성되었다.

성별로는 여성 28건, 남성 26건이며, 연령대별로는 60대가 16건으로 가장 많았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경우 총 9,336건이 작성되었는데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많았고, 모두 70대에서 가장 많았다. 지역별로는 서울, 경기, 충청 순으로 많았다.

연명의료계획서는 총 107건이 작성되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60건, 여성이 47건이었고, 연령대는 50~70대가 86건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했으며, 전체의 90%인 96건이 말기 암환자에 대해 작성되었다.

복지부는 간담회 및 결과보고 등을 통해 시범사업 기관들로부터 수집된 연명의료결정제도와 관련한 다양한 건의 사항에 대해 우선 개선이 가능한 사항은 2월 4일 제도 시행에 반영하고, 법적 보완이 필요한 사항은 조속히 법령 개정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다만 입법 취지에 맞지 않거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인 사례분석과 현장 의견 청취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복지부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지정 시 지역 안배를 고려하고,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교육을 받은 사람만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하며, 수가 등 의료기관에 대한 재정 지원을 추진하고,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대한 통보의무가 없는 서식(임종과정판단서, 연명의료중단등결정에 대한 환자의사 확인서(환자가족 진술) 등)도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에서 일원화하여 등록·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연명의료 대상시술을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항암제투여의 4가지 시술보다 확대하고,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대상도 기존 말기환자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거의 모든 기관에서 공통적으로 제시됐으며 이는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현재 국회에서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복지부는 2월 4일 법 시행에 맞춰 연명의료결정제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제도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우선 관리기관을 중심으로 연명의료중단등결정 및 그 이행에 관한 사항을 총괄적으로 관리하고, 국민 누구나 본인이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조회할 수 있는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lst.go.kr)을 2월 4일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전달체계와 관련해서는 1월 22일부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신청을 받고 있고, 29일부터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 등록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그리고 시행일인 2월 4일 이후엔 시스템(lst.go.kr)에서 국민이 직접 이용 가능한 기관의 목록과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또한 의료인들이 충분한 상담을 진행할 수 있도록 연명의료결정 관련 시범 수가를 신설하고 법 시행에 맞춰 적용할 계획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1.31.)를 거쳐 별도로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의료기관 및 등록기관의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해 지난해 12월 연명의료결정제도 안내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였다. 전국 단위 교육을 실시하여, 총 965개 기관, 2,395명이 이수하였다.

법 시행 이후에는 보다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운영하여 지속적이고 심도 있는 종사자 교육이 진행되도록 할 계획이다.

대국민 홍보를 위해서는 현재, 홍보영상 및 브로셔 등을 제작 중이며 2월 4일 전후 TV광고, 인쇄물 배포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 위원장인 권덕철 복지부 차관은 “한 해 의료기관에서 사망하는 환자가 전체 사망 환자의 75%”라면서 “2월 4일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되면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자기결정이 존중되고 임종기 의료가 집착적 치료에서 돌봄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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