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각 지역‧지역 의사단체 반발…관련자 처벌보다 의료시스템 개혁이 먼저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의료계 전역에서 이번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사건을 두고 ‘단순한 마녀사냥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총체적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관련자들에 처벌로 마무리하기보다는 근본적이 문제점을 해결해야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모습

서울지방경찰청산하 광역수사대는 이번 이대목동병원의 신생아 사망사건과 관련 소아과 담당 주치의를 공개 소환한 바 있다.

지난 1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사망추정 원인으로 주사제 오염의 가능성을 발표하자 경찰은 곧바로 해당 주사제를 투여한 간호사들을 입건, 이들을 지도, 감독 의무 위반혐의로 담당 주치의인 조교수를 소환한 것.

이에 서울특별시의사회 김숙희 회장은 지난 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주치의 조수진 교수를 직접 만나 위로를 전하고, 향후 대책마련 및 지원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김 회장은 “이번 사태의 본질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총체적 문제인데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았을, 부실 공사로 위태롭게 막아 놨던 댐이 무너졌을 뿐”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신생아중환자실을 지켜야할 숙련된 의료진들이 떠나가면 단 한 명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조수진 교수와 전공의를 범죄자로 단정하고 몰아가기식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경찰과, 잘못된 여론을 조장하는 언론의 오보에 대해서도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경한 의지를 표명했다.

서울시의사회 측에 따르면 현재 조수진 교수는 조사로 인해 심신이 매우 지친 상태이며, 특히 항암치료 중에 극심한 스트레스 등을 겪어 병원에 입원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많은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도 성실히 조사에 임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조 교수와 그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한다”며 “그 어떤 오해와 비난에도 꿋꿋하게 대처해 주길 당부한다. 향후 의료적·법률적 지원을 포함, 최대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산부인과 의사들도 진료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처벌만으로는 이번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신생아실은 중환자실과 더불어 집중치료가 필요하기에 많은 인력이 필수이지만 턱없이 낮은 수가와 심평원의 삭감횡포로 만성 적자의 원인이 돼 부족한 인원으로 어렵게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대목동병원 뿐만 아니라, 각 종합병원에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 분투하고 있는 의료진들은 시한폭탄을 갖고 매일 어렵게 진료에 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찰의 조치는 묵묵히 일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결과만으로 사법처리를 한다면 이런 의료사고는 막을 수 없다”고 조언했다.

의협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한 해당 의료기관의 관리실태 및 책임 문제와는 별개로 진짜 원인은 의료시스템에 있다는 엄중한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제2 제3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문인력을 확보, 시설과 장비를 갖출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혁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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