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보건계,환자 단체…“형평성·재평가·등재 기간 문제 불거져”
복지부…“견해 차이 인정, 전반적인 논의 필요”

(왼쪽부터)이종혁 보건행정학회 소속 교수, 이은영 환자단체연합회 이사, 서동철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 강진형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이사장, 김승희 국회의원, 김봉석 대한종양내과학회 소속 교수, 김성호 글로벌의약산업협회 전무

[의학신문·일간보사=최상관 기자] 도입 후 4년이 지난 ‘위험분담제도’에 대해 형평성, 재평가 문제, 급여등재 기간 문제 등을 지적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2013년 도입된 ‘위험분담제도’는 고가의 신약을 실제 진료 환경에서 사용해 성과를 평가하고, 정부와 제약사가 비용을 분담해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탄생했다. 제도가 도입된 지 4년이 지난 현재, ‘위험분담제도’를 검토해보고, 개선 방안을 찾기 위한 토론회가 마련됐다.

‘고가 신약 위험분담제도 개선방안’아라는 주제로 김승희 국회의원과 대한종양내과학회, 대한항암요법연구회가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지난 16일 오후 2시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패널로는 김봉석 대한종양내과학회 소속 교수, 이종혁 보건행정학회 소속 교수, 김성호 다국적의약산업협회 전무, 이은영 환자단체연합회 이사,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 과장이 참여했다.

이번 토론을 주최한 김승희 의원은 위험분담제도의 취지와 지난 3년간의 효과를 설명했다. 이어 “모든 것이 환자 치료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며 “이번 토론회 내용을 의정활동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 암·희소질환에만 과도한 재정 지출

먼저 위험분담제가 항암제 및 희소질환 치료제에만 국한된 것에 대해 의견이 제기됐다. 암이나 희소질환 환자에게만 보험재정지출이 편중됐다는 주장이다.

서동철 교수는 “환자 신약 접근성과 보장성이 제한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현재 우리나라 위험분담제도와 계약된 약제는 24종에 그친다”라며 “약제 종류를 더 늘려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호 전무는 “위험분담제도가 4년 전과 아무런 발전과 개선 없이 멈춰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더 다양한 질환으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예전에는 고가 신약이 암이나 희소질환에 집중됐으나, 최근 글로벌 트렌드가 바뀌었다”며 “C형 간염 치료제의 경우 최근 신약이 쏟아지고 있으나 위험분담제도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은영 이사도 “동등한 치료제, 즉 대체재가 없더라도 암이나 희소질환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예컨대 결핵 환자는 해당이 안 되더라도 약을 쓰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라며 “환자 입장에서는 제도가 적용되는 약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암이나 희소질환에 약을 국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이에 대해 김봉석 대한종양내과학회 교수는 “암은 사망률 1위다. 전 국민의 1/3이 암에 걸린다. 암 환자 치료비용 2800만 원 중 2000여만 원이 비급여 항암제 치료비용인 만큼, 60% 이상이 경제적 고통을 호소한다”며 암이나 희소질환에 국한했다 해서 일부만을 위한 정책은 아니라는 반론을 내놓았다.

보건행정학회 이종혁 교수도 “우리나라에 체결된 품목 대부분이 환급형이다. 이 점에서 위험분담제도 때문에 재정이 악화되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는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 급여등재까지 거북이걸음, 해결책은 ‘선등재 후평가’?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 과장이 발언하고 있다

위험분담제 시행 이후 신약 급여까지의 기간이 늦어지는 것과 관련해서도 열띤 토론을 벌였다. 김봉석 교수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허가된 항암 신약이 급여되기까지는 평균 748일이 소요됐으나, 2013년 12월 위험분담제 도입 후 위험분담제가 적용된 품목 16건은 평균 999일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그동안 지연됐던 품목이 위험분담제에 포함된 것과 더불어 경제성 평가를 해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하며 “향후 보험 급여 기간을 단축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서동철 교수도 이에 덧붙여 “환급형 약제들에 대한 경제성 평가를 심평원과 건강보험공단 두 곳이 협의하는 바람에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등재 기간 단축을 위한 논의가 이어졌다. 그 방안으로 ‘선등재 후평가’ 시스템이 제안됐다. 신약의 급여등재 기간을 줄이기 위해 먼저 급여등재하고, 사후 치료 결과를 평가해 급여 유지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서 교수는 “위험분담제도의 원래 취지대로 성과 위주로 가야 한다”며 “정부와 제약사가 결정해야 한다. 지금 같이 심평원이나 건강보험공단에서 지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석 교수도 ‘선등재 후평가’시스템에 대해 “찬성이다. 환자와 학계, 제약사와 정부가 참여해 다방면의 위원회를 만들고, 실제적인 치료결과에 따른 기준에 따라 사후 치료결과를 평가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강진형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회장도 “임상시험은 데이터보다는 실제 치료결과를 수집한 것이 더욱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될 것”이라고 찬성에 힘을 보탰다.

한편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 과장은 “현재 사용 중인 약을 효과가 없다며 금지할 경우, 약을 투여 중인 환자나 약을 출시한 제약사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임상시험을 계획했던 제약사가 의료 현장에서 얻어지는 실제 데이터를 수용할 수 있겠나”라며 ‘선평가 후등재’를 주장했다.

등재기간 지연에 대해서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우리 관점에서는 적어도 신청이 들어온 후부터 기간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 불합리한 재계약 규정

재계약과 관련된 문제도 제기됐다. 대체 가능한 약제가 없고 경제성 평가가 어려워 위험분담제를 도입했음에도, 재계약 시 새로 경제성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재계약 실패 시 비급여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제기됐다.

서동철 교수는 이에 대해서 “재계약 시 규정이 문제다. 경제성 평가를 할 때 계약 당시의 규정으로 한다면 모르지만, 현재 상황으로 한다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체재가 없는 경우 경제성평가 없이 위험분담제도를 적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성호 전무는 현 위험부담제도의 맹점으로 한 가지 약제가 먼저 등재되면 후발 신약은 등재되지 않는 점을 꼬집었다. 이는 “임상현장의 현실을 알지 못한 점에서 기인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수질환 총 환자수는 거의 변동이 없기 때문에 같은 계열의 후발 주자 약품이 더 등재된다 하더라도 재정적으로 크게 문제될 리는 없다”며 “더군다나 2000년대 이후로는 선도 신약과 후발 제품의 기간 차이가 1~2년밖에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후발 제품을 차단하면 독과점과 다를 바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약에 대한 후발 제품을 위험분담제도가 끌어안아 공정한 시장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부작용에 대해서는 보완하고, 추가로 필요한 점은 요구하겠다. 이번 재평가를 통해 문제는 인식했다.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환자 위하는 마음은 모두가 같아

토론 전체에서 복지부와 의·약계의 이견은 있었지만, 마지막 모두 발언에서 환자를 위하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은 일치했다.

이은영 이사는 “환자를 위하는 마음에서, 환자들의 요구에 제도가 발맞춰나가야 한다”고 말했고, 서동철 교수는 “환자접근성과 재정문제에서 위험분담제도의 이익과 비용, 환자의 접근성과 재정문제를 고려해 합의점을 고민해보자”고 역설했다.

이어 김성호 전무는 “위험분담제를 통해 환자들이 혁신적인 신약의 혜택을 보길 바란다”고 밝혔고, 곽명섭 과장은 “환자를 생각했기에, 고민과 논란에서도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나 한다”며 소회를 전했다.

강진형 회장은 끝으로 “모든 것은 환자 중심으로 판단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토론회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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