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환경의학 영역 AI 활용 첫 사례…진폐증 판정 진단보조 활용 기대

[의학신문·일간보사=김원준 기자] 컴퓨터가 마치 사람처럼 생각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인 인공지능 ‘딥러닝(Deep Learning)’ 으로 직업성 폐 질환인 진폐증을 진단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명준표 교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명준표 교수와 강상훈(한국 IBM), 최준(가톨릭의대 직업환경의학교실 연구원) 연구팀이 서울성모병원에서 2011년 5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진폐로 검증되거나 기존 진폐 판정자 1,200명의 영상을 활용한 딥러닝 연구결과 95%의 진폐증 진단 정확도를 얻었다.

연구팀은 단순흉부방사선 영상과 컴퓨터단층촬영 결과 모두 진폐가 확인된 영상을 연구군으로, 서울성모병원 검진센터에서 검진을 수행한 60세 이상 일반 수검자들의 영상을 대조영상으로 활용했다.

특히 영상의 질적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근로복지공단 폐질환연구소에서 제작하여 보급한 한국진폐표준디지털영상(KoSDI)를 추가해 진폐영상 판정 시 정확도를 높였다.

획득한 영상을 합성곱 신경망네트워크(Convolutional Neural Network 이하 CNN) 방법으로 특성을 추출했다.

CNN은 막대한 데이터를 기계가 학습하도록 만드는 기술로, 기존 중앙처리장치(CPU)보다 월등한 연산 능력을 자랑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하드웨어가 등장하면서 구현이 가능해졌다.

엔비디아(NVIDIA)사의 테슬라(Tesla) P100 8기를 병렬연결해 GPU기반 가속 연산을 활용, 판정보조 시스템 훈련을 수행했으며, 서울성모병원 영상을 활용한 훈련(training set)시 진폐 여부 분류는 96%의 정확도를 보였지만, 검정(validation set)시 93%의 정확도를 보였다.

최종 KoSDI 영상을 추가한 추가 분석에서는 검정시 95%의 정확도를 보였다.

진폐증은 분진으로 인한 폐의 섬유화 반응이 일어난 병변이며, 직업 및 환경적 분진노출의 주요 결과다. 특히 진폐는 근로복지공단에서 분진노출 및 영상판정을 통해 국가가 산업재해보상을 시행하고 있어, 영상 판정이 매우 중요하다. 매해 약1만명이 심사를 신청하지만, 약 20% 2천명만 실제 장해판정을 받는 진폐증환자이다.

진폐증이 아닌 환자도 세세히 심사를 하다보니 기간도 오래걸리고 불필요한 의료기관의 인력낭비도 심한 상황이다.

또한 임기가 3년인 진폐 심사위원의 변경 주기에 따른 영상판정의 변화로, 심사청구, 재심사 청구, 행정소송 등의 분쟁이 발생해 국가적인 손실이 커 정확하고 일관성 있는 심사 기준도 절실하다.

그러므로 진폐증 진단 영역에서 전문의 진단을 보조할 인공지능 딥러닝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진폐증 환자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임상자료를 바탕으로 기술이 개발돼야 하나, 주요 호흡기 질환과 달리 근로복지공단 산하 병원과 일부 진폐 진료 병원에서 진단과 진료를 한다. 의료 정보 접근이 매우 제한적인 점이 직업환경의학영역 연구의 한계인 것.

연구팀은 직업성 폐질환인 진폐증 판정 및 진단에 필요한 인공지능 딥러닝 알고리듬을 개발 및 평가해 질환 판정에 보조적인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국연구재단 국가 R&D 신진연구과제(과제번호 2017R1C1B1004010)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수행했다.

기술자문 역할로 고려대학교 산업경영공학부 융합데이터분석연구실 한성원 교수가 딥러닝 모델 구성 시 참여한 의학-공학 영역간의 융복합 연구결과로 향후 산업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명준표 교수는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서울성모병원 진료시 축적된 석면피해구제 및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등의 환경성 질환 영상 판정에도 진단보조 프로그램 역할을 확대하고, 점차 증가추세인 환경성 질환 예측 등에도 인공지능을 적용해 다양한 활용 모델을 개발하는데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2017년 11월에 열린 제 59차 대한직업환경의학회 가을학술대회에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높은 정확도에 큰 호응을 얻어, 향후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이 진폐증 판정 시 진단보조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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