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진단 전문의 예외규정 올해 12월까지 유예…재논의 분위기 형성
이동진 서울대 교수, '사법입원-독립위원회' 제시하며 획기적 변화 주문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환자의 동의 없이 이뤄지는 강제입원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개정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 舊 정신보건법)’이 시행 된지 6개월이 지났다.

정신건강복지법의 핵심 중 하나는 계속 입원이 필요하다면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 등(1인은 국·공립 및 지정 진단 의료기관 소속 전문의)에 소속된 2명 이상의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이 있는 경우에만 해당 정신질환자에 대해 치료를 위한 입원 등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것이다.(제43조 4항)

개정 당시 의료계는 인력 부족 등의 이유를 들어 현실적으로 법을 이행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반대했으나 정부는 정신과 전문의 1명이 강제입원을 결정하는 것은 인권문제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법을 시행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의료계의 우려를 고려, 같은 의료기관 내 전문의 2인 진단이 있다면 입원이 가능한 ‘추가진단 전문의 예외규정’을 한시적으로 적용했다.

최근 복지부는 이 한시적인 예외규정을 2018년 12월 31일까지 1년을 추가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인력 부족의 문제를 인정한 셈이다.

■ 국회, 정부, 의료계, 심지어 법조인도 갈피를 못 잡아 번잡해진 법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동진 교수. 그는 최근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의 문제점과 해결 과제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이처럼 개정된 법을 다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방향을 연구 중인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동진 교수는 전형적인 땜질식 처방으로 법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동진 교수는 지난해 정신건강복지재단이 요청한 연구를 최근 마무리하고 뒤 이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발주 받은 관련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이동진 교수에 따르면 국회에서는 법 개정을 성급하게 진행한 면이 있고, 의료계는 의료계대로 최초 1995년 정신보건법 이후 반복 시행된 개정안에 여러 문제들이 생겨왔으니 정면에서의 제대로 된 정비를 부담스러워했을 것이며, 나아가 해당 법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법률인 조차 많지 않았다.

이동진 교수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가두려고 해도 복잡한데 정신 질환자를 가두는 것은 너무 쉽다는 문제의식은 이미 2000년 이전부터 있어왔다”며 “이를 정부와 의료인도 몰랐던 것은 아니나 국내법은 일본법을 따른 정신보건법이 이미 상당기간 시행돼 급격한 변화를 시도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꼼수가 생겨나는데, 계속 입원이 필요하다면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 등에 소속된 2명 이상의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이 필요하다는 발상.

이동진 교수는 “입원이 어렵도록 만들어야겠다는 발상 자체는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문제는 전문의가, 그것도 국공립 병원 의사가 계속 돌아다녀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국제 표준은 사전심사인데 이를 포함시키지 않고 입원적합성 심사를 새로 넣었다"며 "정신질환자가 직접 말할 기회도 없이 서류 한 장으로 모든 것을 끝내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즉, 입원 2주 후 국공립 전문의가 앞서 판단한 전문의의 판단이 맞는지 짧은 시간에 재차 판단하고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도 이 사람들의 의학적 판단이 옳은지 따지기는 어려워 실질직인절차만 복잡하게 하는 관료적인 방법을 취한 것이 문제라는 이동진 교수의 설명이다.

이동진 교수는 “결국 비자의입원의 비용이 올라가게 됐다는 의미인데 비용이 올라가면서 법이 제대로 작동하면 다행이나 부작용은 (비자의입원 비용이 높으니) 동의입원 비율이 올라간다는 것”이라며 “입원대상에 알콜중독자가 포함되는지 애매해진 점, 지정 정신병원, 쉽지 않은 응급입원 등 번잡 점이 많지만 느슨해진 개정법 운용으로 다소 귀찮아졌을 뿐이지 예전과 똑같은 상황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재개정이 논의된다면 혁명적인 변화 시도해야 할 것

이동진 교수는 필요와 편의에 의해 땜질식으로 법을 메꾸다 보니 정신건강복지법이 비용만 높아지고 비효율적인 법으로 변모했다는 지적을 이어갔다.

이 교수의 연구의 핵심은 비슷한 비용이 소요된다면 이 같은 번잡해진 절차를 걷어내고 사법입원 또는 독립위원회를 둬 판단하고 결정하게 하는 방안이다.

이동진 교수는 “문제가 생기면 조금씩 고쳐가던 것을 모두 버린 후 치료라는 특수성을 반영해 제대로 심사하는 절차를 집어넣어 개정하는 것이 낫다”며 “무엇이 더 좋다고 말하기 쉽지 않지만 사법입원과 독립위원회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법입원은 잘못 운영하면 정신질환자에게 트라우마를 줄 수 있다는 점과 판사가 의료 전문가가 아니니 의료인에게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독립위원회는 구성원이 누구냐에 따라 ‘진정 독립적일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것을 단점으로 든 이동진 교수다.

이동진 교수는 “독립위원회는 이상적인 모델이기 때문에 상당수가 지지하나 정말 독립성을 갖춰 그 기능을 다 할 수 있느냐라는 물음을 극복해야 한다”며 “아울러 독립위원회를 거쳐 결국에 법원에서 다시 다퉈볼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법입원의 장점은 이 모든 시비와 갈등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반면 실제로 상당한 인력이 필요하고 판사가 돌아다니거나 환자를 이송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한계도 있어 당장 법원이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론적으로는 두 가지 모델이 모두 필요하고 타겟팅과 자원을 어디에 얼마나 사용할 것이냐의 문제일 뿐 현재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의 많은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급격한 변화를 감당해야 한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끝으로 이동진 교수는 논란이 많아진 덕분에 정신건강복지법에 관심을 갖고 알게 된 사람들이 많아진 만큼 재개정이 논의된다면 또 다른 땜질식 개정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인권이라는 프레임, 정실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탈수용화 준비 등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지만 개정법을 좀 더 현실적으로 바꿔야 할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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