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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케어’ 속도를 조절하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문재인 케어)에 관한 제반 문제를 풀어갈 ‘의‧정 협의’가 최근까지 4차례 열렸다. 아직은 대화 초반이라 서로 의제를 조율하며 의중을 떠보는 단계지만 벌써부터 회의장 주변에서는 기 싸움이 느껴진다.

안병정 편집주간

다 아는 얘기지만 ‘문재인 케어’의 핵심은 ‘3800여 개에 달하는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가 쟁점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재정에 관한 대책을 전제로 ‘선 수가정상화-후 보장성강화’를 도모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이로부터 의료계는 의정 협상테이블에 16개의 제안사항을 올려두었다. 그러나 실제 내용을 함축해 보면 ‘적정수가 보장’, 즉 모두가 ‘돈’에 관한 문제로 귀결된다.

그 까닭은 소위 비급여라는 것은 건강보험이 확대 시행되어 온 과정에서 저수가를 보전하는 수단으로 생겨났고 정부도 묵인해 온 게 사실이었으니, 이를 급여권으로 끌어드린다면 당연히 비급여가 차지했던 금액규모를 건강보험 재정에 산입하여 그동안 불합리한 수가를 적정화시키는 작업부터 하는 게 원칙이라는 주장이다.

지금도 가뜩이나 낮은 수가체계인데 ‘그래봐야 본전’ 이란 개념이다.

그렇다면 ‘의정협의’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그동안 비급여가 차지했던 규모의 재원을 건강보험에서 어떻게 조달하겠다는 담보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논의는 그에 대한 구체적인 장치 없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여서 과연 원만한 타협이나 결과를 거둘 수 있을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물론 대화를 주도하는 복지부로서는 협의를 통해 비용요소가 생기면 추가적인 재정투입 여부를 고려하겠다는 유연적인 입장이지만 건강보험 재정 운영에 관한 한 그동안 정부가 보여줬던 관행으로 보아 믿음성이 떨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의정협의가 정책목표를 달성해야 된다는 압박감이나 로드맵에 쫓겨 서두는 것은 아닌지, 그러다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의 우를 범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많다.

의정협의가 이제 막 시작 단계인데 벌써부터 초를 치거나 결과를 비관하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우려를 떨치지 못하는 것은 논의의 핵심이 재정에 관한 사항인데 이 문제를 덮어두고 의정협의에서 과연 어떤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기대가 막연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문케어와 관련해서는 도처에서 재원부족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추가적인 재정 확보 방안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처지에서 협상에 나선 복지부로서는 의료계의 요구를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고, 그렇다 보면 사용할 카드가 ‘협상의 기술력’ 밖에 없을 것 같다. 그것이 ‘재정중립’ 원칙일 것이고, ‘어느 정도가 적정수가냐’며 원가를 제시하라고 의료계와 부딪칠 것은 뻔해 보인다. 이렇게 되면 결국 협의는 파국이 될 공산이 크다.

물론 그래서는 안 된다. 어쨌거나 ‘문 케어’는 국민과의 약속이다. 벅차기는 하지만 이 기회에 국민들이 의료비 부담에서 벗어나고, 의료기관들 또한 의료의 질적 수준을 확보하며 환자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의료보장제도로서 뿌리를 내리게 건강보험제도의 판을 새로 짜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정협의도 중요하지만, 다른 트랙으로 문 케어를 지탱할 수 있는 재원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도 펼쳐야 한다고 본다. 필요하다면 국민들에게 보장 수준에 합당한 부담의식을 일깨우는 노력도 해야 되고, 국가의 책무 또한 명확히 규정하는 바탕을 만드는 노력도 강구해야 될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 이뤄지고 있는 의정협의는 회의 일정만 봐서는 너무 서둔다는 느낌이 든다. 만남도 중요하지만 문제는 대화의 진정성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장의 결과를 도출하는데 집착하기보다 서로 경청의 자세로 문케어를 실현하는데 무엇이 필요한지 제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공유하는데 집중하였으면 한다. 이를 통해 회의의 산물이 국가 예산을 다루는 기획재정부 등 범정부적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낼 자료로 활용되고,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단초로 작용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자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협의를 서둘기보다 두루 살피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문 케어의 속도 조절을 기대해 본다.

안병정 기자  bjahn@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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