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기록작성, 실제론 한 달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아
즉시 작성 한계 인정 후 작성 시간과 비용 고려돼야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복지부가 진료기록 사본 즉시 발급에 대한 이슈를 다시 한 번 강조하고 나섰지만, 정작 이를 시행하는 의료계는 즉시 발급 100% 실현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는 진료기록 사본 발급 관련 해석을 명확히 알리기 위해 ‘진료기록 열람 및 사본발급 관련 법령 해석 등 안내문’을 최근 병의원 등에 배포했다.

안내문 내용은 전혀 새로운 사항은 아니지만 일선 의료기관에서 민원 사항으로 나오던 진료기록 사본발급 관련 ‘즉시 발급’에 대한 이슈를 정리, 의료기관 내규에 의한 즉시 발급 거부는 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즉, 의료기관 내 사정에 따라 진료기록 사본 발급을 지연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러한 안내와 함께 복지부의 현장 체크 분위기가 무르익자 일선 의료기관은 대책 마련에 나선 모양새다. 한 종합병원 원무관계자는 “병원 경영진 판단 하에 의무기록실에 업무를 일괄 위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지만, 일부 진료과 전문의들이 사본 발급 전에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어 확정짓진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진료사본 즉시 발급이 의료기관 내 화두로 오르내리는 이유는 진료기록작성이 실제로는 진료와 ‘동시간대에’ 작성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대형병원의 경우 돌발변수가 많고 진료기록이 제때 작성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한 환자의 진료기록에는 단지 전문의 진료만이 담기는 것이 아닌 간호‧약사‧의무기록‧원무 등 여러 파트를 거쳐야 한다. 병원이라는 곳이 한 환자를 두고 모든 파트가 스탠바이를 하고 있다는 ‘이상적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동시간대 작성은 결국 허상이라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이렇게 밀린 진료기록은 결국 대형병원의 경우 전공의들이 작성하는 경우도 꽤 있으며, 이마저도 전공의특별법 시행으로 진료데이터 작성 로그가 주당 80시간 근무를 넘어가는 상황이 발생하면 이 또한 법 위반이기 때문에 병원 내에서 ‘조절’해야 한다.

저수가 체제 속에서 박리다매식 환자 진료시스템도 진료기록 동시간대 작성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완전한 진료기록 작성과 진료를 5분 진료라는 틀 속에서 동시에 해내기는 어렵다.

현실에도 불구, 의료계는 복지부의 진료사본 즉시 발급 압박에 대해 겉으로는 현실의 어려움을 표시하진 않고 있다. 진료기록을 제때 쓰고 있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의료기관들이 의료법 위반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 참에 진료비 시스템을 진료기록 작성비용과 시간을 고려해 재설계돼야한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또한 임상적 측면을 담아 작성된 진료기록을 알맞게 관리해 진료사본과 의료정보빅데이터 등으로 가공할 수 있는 관리비용을 계상하고, 이 작업들을 연속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일정한 기한을 법적으로 담보하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 의무기록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의무기록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진료 기록 작성을 위해 한 달 간의 시간적 여유를 주며 그 이후부터 작성되는 데이터는 전부 정정데이터로 분류된다”면서 “환자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보다 수준 높은 환자 권리를 지켜주면서 현실적인 대안을 내세우는 방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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