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려 박사 치료비 대납 부모 아들...매년 1800만 원 기부 약속

[의학신문·일간보사=이균성 기자] 한 의사의 헌신적인 '인간사랑'이 50년 가까운 세월을 돌아 다시 어려운 이웃을 위한 대갚음으로 이어져 화제다.

고 장기려 박사 진료 장면

지난 1일 고신대복음병원에 한 중년 남성이 찾아왔다. 주인공은 주식회사 무한의 대표이사 박종형(49) 씨. 박 씨는 "48년 전 고신대병원에 진 마음의 빚이 있어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박 씨에 따르면 1970년 당시 경남 진주 외곽 시골마을에 살던 아버지 박우용 씨는 고신대복음병원에서 간암 진단을 받았다. 주치의였던 장기려 박사는 박 씨를 정성껏 치료했다.

하지만 박 씨 가족은 워낙 가난해 병원비를 지불할 능력이 없었다.

이 사실을 안 장기려 박사는 자신의 봉급을 털어 박 씨의 병원비를 냈다. 또한 그 때 만삭의 몸에 임신중독까지 왔던 박 대표의 모친까지 무료로 치료를 받도록 했다.

장기려 박사의 도움으로 박 대표 부친은 얼마 후 자택에서 임종을 맞이할 수 있었고, 모친은 임신중독에서 회복해 무사히 아이를 순산했다. 이때 태어난 아기가 박종형 대표다.

박 대표는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항상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씀이 장기려 박사님께 큰 빚이 있다. 언젠가는 꼭 갚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이제는 그 빚을 갚을 때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부터 매년 1800만원을 생활이 어려운 주변의 후원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1800만 원은 48년 전 장기려 박사가 대납했던 부친의 병원비를 지금의 화폐가치로 환산한 금액이다.

박 대표는 "장기려 박사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이웃과 사랑을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슈바이쳐'로 불렸던 장기려 박사는 1951년 한국전쟁 당시 부산 영도에 천막 진료소를 세워 환자를 무료진료해 현재 고신대학교 복음병원의 모태가 되게 했다.

특히 그의 각별하고 일생을 통해 실천했던 박애정신은 돈이 없어 병원비를 낼 수 없는 환자에게 병원 뒷문을 열어 도망가게 했던 일화로 길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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