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협 3개월여간 조사에 답변한 의과대학 41곳 중 18곳 불과
피해 의대생 도움 받을 창구 마땅치 않다는 의미…류환 회장, “표준 프로토콜 제작해 권고할 것”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전국 41개 의과대학·의전원 중 성관련 문제 발생 시 대처할 수 있는 자체적인 프로토콜을 가진 의대가 절반도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는 최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 회장 류환)가 조사해 취합한 ‘각 학교별 성관련 문제 대처 프로토콜 자료집’을 통해 확인됐다.

의대협은 의대생들이 성폭력·성추행·가정폭력·성매매 등에 노출됐을 때 효과적인 대처로 보호받기 위한 목적의 ‘성관련 문제 대처 프로토콜 개발’을 지난해 9월 계획, 3개월여간 총 3차례에 걸쳐 전국 41개 의과대학에 관련 자료를 공식적으로 요청한 후 모니터링 했다.

그 결과 학교별로 편차는 존재하나 성문제 관련 교육 프로그램 및 프로토콜이 존재한다고 응답한 의과대학은 건양대, 계명대, 고려대, 고신대, 동아대, 부산대, 성균관대 등 18곳에 불과했고 답변이 없는 의대는 가천대, 가톨릭대, 강원대, 건국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림대 등 23곳으로 조사됐다.

의대협이 각 의과대학에 요청한 '성관련 문제 대처 프로토콜'의 존재 여부에 대한 답변을 준 의과대학과 답변을 주지 않은 의과대학들 목록.

구체적으로 건양대, 고신대, 인제대, 제주대 등은 성관련 문제 대처 프로세스나 인권센터가 존재했고 특히 건양대는 양성평등 센터 업무 프로세스가 운영 중이다.

고려대 등은 성 인권 보호와 침해예방 및 처리에 관한 규정이 존재하며 동아대, 순천향대 등은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과 사건처리 절차 등을 의대협에 전달했다.

또한 경북대는 성문제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순천향대, 충북대 등은 성관련 문제 매뉴얼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의대협은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일련의 굵직한 성 관련 사건이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에서 발생해 공론화가 되고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슷한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인데, 피해자들이 보호는커녕 도움조차 받을 수 있는 창구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이유에서다.

류환 회장은 “성관련 문제들이 의대에서 반복 발생되고 있는 현실을 염려해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제 2의 사건을 방지, 의대생들이 학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토콜 개발의 필요성이 지난해부터 의대협 안에서 대두됐다”며 “각 대학별로 성관련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가 우선돼야 했기에 각 학교에 공문을 반복적으로 전달하고 응답을 요청한 결과 단 18곳에서만 구체적인 답변이 온 것은 의외”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류환 회장은 의대협에 응답을 주지 않은 나머지 23개 학교들도 실제로는 성 관련 문제 대처 프로토콜이 존재할 수도 있으나 이 또한 실질적으로 의과대학생들이 학교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비판을 이어갔다.

류 회장은 “물론 18개 의과대학 외에 성관련 문제 프로토콜을 운영 중인 학교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의대협이 총 3차례에 걸쳐 공식적인 요청을 했고 연락을 계속 취했음에도 결국 응답이 없었던 것은 프로토콜이 있다한들 해당 학교 의대생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을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즉, 절반 이상의 의과대학들이 의대생들의 성 관련 문제에 적절하게 대처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 류환 회장이다.

한편, 의대협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성 관련 사건의 피해자가 학교 안에서 사건 해결 프로세스를 확인 한 후 도움을 요청하기 용이하도록 하기 위해 표준 포토로콜을 개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류환 회장은 “현재 여의사회에서 진행 중인 ‘전국 병원의 성 관련 문제 대처 프로토콜 취합 및 개발’에 이번 자료를 전달할 것이고 의대협 차원에서 외부 전문가들에게 프로토콜 개발을 요청한 후 각 학교에 피드백을 진행할 것”이라며 “프로토콜이 없는 학교들에게는 개발된 프로토콜의 사용을 권고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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