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법, 명예훼손 주체성 불인정…“'공법인'은 업무 수행서 국민 감시와 비판 대상”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건보공단이 '직원들의 정상적인 업무에 방해가 됐다'며 의료전문지와 소속 기자에게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금 1억원을 청구했지만 패소했다.

문제가 된 기사의 위법성 여부에 앞서 법원은 '건보공단은 기본권인 명예훼손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OO신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설립돼 국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공법인인 공단은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영역에서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며, 명예훼손 손해 배상 청구의 주체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OO신문은 '지난 10년간 공단이 장기요양서비스 업무를 사실상 총괄해 왔지만, 인프라 확충에 집중한 정부의 방침으로 서비스 질 저하 등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기획기사를 작성했다.

하지만 공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본적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은 허위 사실에 근거해 공단을 비방하는 것”이라고 법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특히 “(공단이)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등 기사 속 의료계 관계자 멘트에 대해 악의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국가나 국가기관 또는 국가조직의 공법인은 기본권의 소지자가 아니고,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 내지 실현할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는 지위에 있다”며 명예훼손 주체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법무법인 신앤유 김주성 변호사는 “공법인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민을 상대로 기본권을 행사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만이 기본권의 주체이고 국가나 국가기관 또는 국가조직의 일부나 공법인은 기본권의 ‘수범자‘이지 기본권의 주체로서 ’소지자‘가 아니며,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 내지 실현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지니고 있는 지위에 있을 뿐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설명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판결문을 받게 되면 새로 임명된 이사장에게 보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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