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 위치에 있는 의료기관 암묵적 편법 요구 의약품유통업체 속앓이
제약사는 원칙대로 6개월 결제하면 현금 유동성에 문제 발생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의료기관 의약품 대금 결제법이 지난 23일부터 시작됐다. 슈퍼 갑 횡포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대글 결제법이 새로운 편법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의료기관의 의약품 대금 결제일이 18개월을 넘어서는 등 전형적인 슈퍼 갑질이라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되고 복지부도 이에 동의하면서 의료기관 의약품 대금 결제법이 시행됐다.

이번 제도 시행에 따라 의료기관과 약국 등이 의약품유통업체들에게 의약품 대금을 6개월 안에 지급해야 하며 지급을 못할 경우 연체금리 15.5%가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예외조항을 통해 연간 의약품 거래 규모가 30억원 미만일 경우, 의료기관 등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로 인정되지 않아 6개월 내 의약품 대금 결제 의무가 주어지지 않는다.

의료기관 의약품 대금 결제법이 시행되지만 여전히 슈퍼 갑 위치에 있는 의료기관의 암묵적인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의약품유통업체들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이다.

대금결제 연장, 이면 계약, 각종 수수료 부담 등 부당한 요구에 대해 의약품유통업체들은 속앓이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의약품유통업체 관계자는 “의료기관이 의약품유통업체에게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기존 결제방식대로 결제해 줄 것을 은밀히 요구할 경우 이를 거절하고 정부에 고발할 수 있는 업체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며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누가 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여기에 제약사와의 거래 관계에도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일부 다국적제약사를 비롯해 대부분 국내 제약사들은 의료기관 대금 결제일을 고려해 의약품유통업체들에게도 그만큼의 회전일을 인정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제약사들은 내년부터는 법적으로 6개월 결제일인 만큼 의약품유통업체와 계약에서 6개월 이상 거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분위기이다.

병원에서는 암묵적으로 의약품 대금 결제 연장을 요구하고 제약사들에게는 6개월에 대금을 결제하게 되면 그만큼 의약품유통업체들은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의약품유통업체 관계자는 “의료기관의 편법적인 요구도 문제지만 제약사와의 거래 관계에도 문제가 발생하게 돼 현금 유동성에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며 “의약품 대금 결제법이 법 취지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철저한 시장 점검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