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제주 T의원 사례 제시…고가장비-비급여진료 없이 문진과 진찰만으로 정착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매출에 도움이 되는 미용이나 건강검진 등 분야가 아닌 일차의료만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이 성공할 수 있는 사례가 제시돼 주목된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이용민)는 최근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의학교육 개선 방안’을 주제로 한 보고서를 통해 제주도에 위치하고 있는 T의원의 바람직한 일차의료 사례를 공유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T의원은 가정의학전문이 4명, 내과 전문의 1명이 근무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17년 간 일차의료를 실천하고 있다. 위치는 제주시 내 변두리로 면적은 약 50평, 진료실 4개 회복실 1개(BED 11개)를 보유하고 있다.

직원은 간호사 2명, 간호조무사 5명, 행정직원 1명이 있으며, 의료장비로는 이비인후과 chair 4개. 적외선 치료기(안과용) 4개, 청진기, 혈압기,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특이한 점은 T의원에는 타 의원에서 흔히 갖출 것으로 판단되는 x-ray, 내시경, 초음파, 레이저 등의 의료장비를 구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의사의 문진과 신체진찰로 대부분의 진료가 이뤄지고 있으며, 흔한 레이저 치료 등 미용시술은 하지 않고 있는 상황.

이들은 대략 월 1000만원의 세전 수입을 기록하고 있으며, 저녁 진료가 많거나 주말과 공휴일 없이 근무하는 점 이외에 별다른 불편은 없었다는 게 연구소 측 설명이다.

오히려 단독개원의보다 여가 시간이 많아 모두 의료봉사 활동을 하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일차의료를 한다는 자부심이 큰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의협에서 보고한 개원의 평균 주당 근무시간인 51.1시간 30분보다 적은 40~45시간으로 조사됐다.

의료정책연구소는 “T의원을 현실에서 일차의료의 가치를 구현하고 있는 이상적인 사례”라며 “비록 한국형 PHC에 완전히 부합하진 않지만 금전적 이득보다 지역사회 환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노력하고, 여가 생활과 삶의 자부심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할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한다”라고 밝혔다.

또 연구소는 “물론 의사 5명이 교대로 근무하는 사례는 매우 드문 공동개원의 형태이며, 섬이라는 특수한 공간에 위치하고 있어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의원이나 상급의료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성공적인 개원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고가장비-비급여 없이 지역사회 정착=하지만 연구소에서 T의원을 성공적인 일차의료의 사례로 제시하는 이유가 있다. 이는 고가의 의료장비나 비싼 비급여 진료행위를 전혀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 오랫동안 정착한 의원급 의료기관이라는 점에서다.

연구소는 “비정상적인 보건의료 시스템 때문에 개원가에서는 현재 일차의료기관 본연의 역할수행에서 벗어나 미용 시술이나 건강검진 같은 분야로 많이 진출하고 있다”며 “하지만 T의원의 경우 일차의료만 집중한다는 점이나 그룹진료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연구소는 T의원의 성공 요인으로 경험 많은 의사들의 숙련된 ‘병력청취 및 신체진찰 능력’을 손꼽았다. 이는 일차의료에 반드시 필요한 의사의 역량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또 다른 성공 요인으로 그룹 개원을 통한 일종의 준 종합병원 같은 인식을 주는 등 ‘환자의 심리적 안정감으로 이어진 신뢰’가 한몫했다는 게 연구소 측 판단이다.

연구소는 “역량 있는 의사들이 일차의료를 표방해 초기 투자비용이 적었고, 협조가 원활한 의사들끼리 촘촘한 당직 스케줄을 소화했기에 효과적인 그룹진료를 펼쳐 환자의 신뢰와 게이트 키핑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연구소는 “개원가에서의 성공적인 일차의료의 요건을 밝히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일차의료를 표방하는 개원의의 성공모델에 대한 후속 연구가 지속돼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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