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비대위 구성 후 강력 대응…의한정협의체 제안됐지만 안갯속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 의료계에서 한의사들의 의과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2017년 한해에는 관련 법안까지 발의되면서 의료계는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대응했다.

매년 의료계 내부적으로 논란의 중심이었던 한의사 의과의료기기 허용은 올해 상반기의 경우 별다른 이슈가 없었다. 대통령의 탄핵과 보궐선거, 그리고 새 정부의 출범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 국회에서 한의사에게 의과의료기기를 허용하는 법안을 여야 모두 발의하면서 의료계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의협 비대위는 김명연 의원 지역사무소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를 허용하는 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김명연 의원(자유한국당)은 지난 9월 6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경우는 한의사가 관리·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신한방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의료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더불어 인재근 의원도 비슷한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역시나 의료계는 강력 반발했다. 의료법에 한의사에게 의과의료기기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한 자체가 초법적이고 헌법위반에 해당된다는 게 주된 이유다.

의협에 따르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사용은 한방원리에 입각한 한방의료행위가 아닌 의사면허가 전제돼야하는 일관된 입장이며, 법원도 한의사가 방사선으로 성장판을 검사하거나 CT촬영, X선을 이용한 골밀도 측정 등은 의료법에 위반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의협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에 큰 위해를 끼쳐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실제로 한의사가 IPL, 초음파 등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해 환자에게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가 수없이 많다”고 지적했다.

◆의협 법안 저지 총력=의협 대외협력이사들은 지난 9월 11일부터 의협회관(이촌동) 앞에서 천막시위를 벌이며,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특히 해당 법안은 의협 추무진 회장의 두 번째 단식 투쟁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추 회장은 지난 9월 13일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법안을 철회해달라’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추 회장은 의협 정기대의원총회를 통해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된 후 투쟁을 위해 단식을 중단했다. 추 회장은 지난 2015년 한의사에게 의과의료기기를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된 정부의 규제기요틴 정책 당시도 단식을 한 바 있다.

아울러 의협 상임이사진들도 국회 앞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통해 해당 법안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강력한 비대위 구성=의협은 지난 9월 16일 총회 의결에 따라 비대위를 구성해 의료계의 한의사 의과의료기기 허용 저지 투쟁은 보다 강도가 높아졌다.

비대위는 이필수 위원장을 중심으로 김명연 의원과 인재근 의원 지역사무소 앞에서 집회를 벌이는가하면 각종 성명서를 쏟아내며, 한의학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법안 상정이 논의될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앞서 의협 집행부와 비대위는 복지위 각 의원실을 방문해 한의사 의과의료기기 허용에 대한 문제점을 적극 알리기도 했다.

특히 지난 12월 10일 비대위가 마련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전국 각지에서 모인 1만여명의 의사들과 함께 문재인 케어 대응은 물론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문제점을 국민에게 홍보하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국회, 의한정협의체 구성 카드 과연?=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 11월 23일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심의를 보류하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의협, 대한한의사협회, 복지부가 참여하는 의한정협의체를 구성해 전문가들이 논의할 기회를 만들어주기로 한 것이다. 이에 재차 의학과 한의학의 융합, 즉 의료일원화에 대한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협의체가 구성된다하더라도 의료계에서는 그동안 주장했던 한의학의 과학적 근거나 안전성 유효성 검증을 요구할 것이며, 한의계는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분위기가 첨예한 상황이다.

심지어 협의체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한의협과는 반대로 의협에서는 협의체를 구성하더라도 한의사 의과의료기기 허용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올해 안으로 협의체 구성은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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