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전 교직원 일괄 사표 제출 후 청와대 앞 무기한 농성…기숙사 폐쇄로 학생들 오갈때 없어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지난 11일 서남대 교직원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고 청와대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서남대학교에 남아 있는 학생들은 사실상 오갈 곳 없는 '방치'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서남의대 학생 A씨는 서남대 폐교 결정 과정에서 교직원들의 일괄 직무수행 거부로 2학기 수업 일정이 남은 의대생들이 갑작스러운 수업 거부와 시험 연기, 성적처리 연기 등으로 큰 혼란에 빠져 있다고 12일 전했다.

A씨는 “의학과 본과 1학년은 아직 수업 일정이 2주 정도 남았다”며 “예과는 기말 시험과 기말 과제 제출을 남겨두고 있지만 무기한 연장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숙사까지 폐쇄한다는 일방통보에 학생들이 머물 곳이 없고 심지어 끼니를 해결할 곳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

그는 “남원에 재학 중인 의대학생 전원은 남원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자취를 하는 학생 몇 명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기숙사 폐쇄로 인해 숙소가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며 “서남대 주위에는 학생들이 찾을 수 있는 식당이 거의 없고 교통편도 마땅치 않아 학교식당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전 직원의 업무중지로 학식마저 제공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이 같은 상황은 비단 의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원캠퍼스 모든 학생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라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또 다른 제보자 B씨는 직원들의 행동에 문제 제기를 할 생각은 없으나 학생들도 똑같이 힘든 상황에서 버려진 느낌을 떨칠 수 없다는 입장을 털어놨다.

B씨는 “교수님과 교직원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행태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며 “하지만 학생들도 똑같이 어려움을 감수하고 해결이 최대한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동일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어머니와 함께 걸어가다가 손을 놓쳐 뒷모습만 쳐다보면서 울고 있는 미아가 된 기분”이라며 “교육부의 폐쇄 명령을 받아들인 상황에서 최대한 빠르게 안정화되길 기다릴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의대생 대표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회장 류환)는 서남의대 문제 해결과 학생들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의료계를 비롯한 관계자 모두가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류환 회장은 “현재 건강보험보장성강화대책으로 의료계가 시끌벅적하지만 당장 눈앞의 현실적인 문제로 고통 받는 서남의대생들이 잊어서는 안된다”며 “기본권이 침해당하고 학습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으며 결국 의식주마저 해결할 수 없게 됐지만 침묵할 수밖에 없는 서남의대생들을 위해 온 의료계가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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