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보험급여로 보다 적극적 제도 필요… 만성콩팥병-미네랄뼈질환 환자 위한 사회적 지원 필요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고인산혈증은 미네랄과 부갑상샘호르몬 이상, 뼈질환, 부갑상샘, 혈관석회화를 일으키는 만성콩팥병-미네랄뼈질환(CKD-MBD, Chronic Kidney Disease-Mineral Bone Disorder)으로 이어진다. 투석환자는 혈중 인 수치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서 식이요법을 통해 인을 제한하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때에는 인결합제를 투여해야 한다.

인결합제는 칼슘계열 인결합제와 비칼슘계열 인결합제로 구분된다. 비칼슘계열 인결합제는 칼슘계열 인결합제와 비교하여 심혈관질환 위험, 혈관석회화, 사망위험이 낮아 주목받고 있다.

현재 국내 비칼슘 인결합제 보험규정은 혈중 인 수치가 5.5mg/dL 이상이면서 Ca x P 값(Ca x P Product)이 55mg2/dL2 이상일 때 1개월 간 급여 처방이 가능하다. 지난 2009년 Ca x P 값은 국제신장학회 진료지침에서도 제외된 항목으로 국내 환자들의 치료 최적화를 위한 보다 현실적인 급여 기준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의학신문·일간보사는 최근 경북대병원 신장내과 조장희 교수<사진>를 만나 투석환자의 인 조절 및 관리의 중요성과 더불어 최신 치료 지견을 들어봤다.

▲만성콩팥병-미네랄뼈질환 위험군은 어떤 환자입니까?
만성콩팥병은 콩팥 기능이 감소하면 혈액과 조직에서 칼슘, 인의 농도에 변화가 나타난다. 콩팥의 기능이 저하되면 음식물로 섭취한 인, 체내에 쌓은 인을 배출하지 못하게 된다. 체내 인이 과도하게 쌓이면 고인산혈증을 유발하는데 만성콩팥병 환자의 최대 70%에서 나타난다. 고인산혈증은 미네랄 대사 이상, 뼈 질환, 혈관석회화와 같은 미네랄 뼈질환으로 이어진다.


▲고인산혈증이 나타나는 환자 중 몇 %가 만성콩팥병-미네랄뼈질환으로 이환됩니까?
사구체 여과율(GFR)이 60ml/min/1.73m2 미만으로 감소한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주로 나타나기 시작하며, 콩팥 기능이 저하될수록 그 비율은 증가한다. 보통 만성콩팥병 3기에서는 반수 이상의 환자가 고인산혈증을 나타내며, 4-5기의 환자들은 대부분 만성콩팥병-미네랄뼈질환을 앓고 있다고 여기면 된다.

▲투석환자의 인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콩팥은 인 섭취에 따라 소변으로 인을 배출해 체내 인 농도의 항상성을 유지한다. 음식으로 인한 인 섭취가 많아지거나 사구체여과율이 30ml/min/1.73m2 이하로 감소하면 음식물을 통한 인섭취가 콩팥으로 인한 배설보다 많아져 고인산혈증이 발생한다.

혈중 인 수치가 정상 범위 이상으로 증가하면 혈관석회화를 일으킨다. 혈관석회화는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지는 합병증을 초래할 뿐 아니라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4

▲고인산혈증을 조절하는 치료제는 무엇이 있습니까?
투석 과정에서 인 수치 조절을 위해 식이요법과 함께 인결합제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 인 결합제는 위장관에서 체내 음식으로부터 섭취된 인의 흡수를 억제하고 대사될 수 있도록 한다. 고인산혈증 치료제는 약물에 따라 크게 비칼슘계열 인결합제와 칼슘계열 인결합제로 나뉜다.

▲비칼슘계열 인결합제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비칼슘계열 인결합제인 세벨라머는 만성신장질환 환자에서 칼슘계열 인결합제 대비 46%의 생존혜택(Survival Benefit)을 입증했으며, 심혈관질환 위험(CV Risk), 혈관석회화(Calcification Risk), 사망위험(Mortality risk) 역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결합제는 약물에 따라 혈관 석회화 및 심혈관계 부작용, 사망위험 등에 차이가 있다. 만성콩팥병-미네랄뼈질환 환자에게 칼슘계열 인결합제를 처방 시, 관상동맥이나 대동맥에 석회화 가속시킬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신중하게 처방해야 한다. 칼슘계열 인결합제는 칼슘의 일부가 위장관을 통해 흡수될 수 있는데 칼슘 과부화와 고칼슘혈증, 혈관석회화와 같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반면, 비칼슘계열 인결합제는 혈청 칼슘을 증가시키지 않아 고칼슘혈증이 우려되는 환자에게서 유용하다. 특히, 비칼슘계열 인결합제 세벨라머(Sevelamer)는 칼슘계열 인결합제 대비 고칼슘혈증과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에 대한 위험성이 낮은 것뿐 아니라 사망 위험도 낮았다.

▲지난 2016년 미국신장학회 및 2017년 Clinical Therapeutics 학술지에 비칼슘계열 인결합제인 세벨라머 연구가 발표됐습니다. 이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주십시오.
본 연구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과 국민건강임상연구 코디네이팅센터(NHCR)이 주관하고, 다기관 전향적 코호트의 임상데이터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수가 자료를 연계해 분석했다. 투석 치료를 받는 말기신부전 환자 4,664명을 대상으로 비칼슘계열 인결합제 세벨라머와 칼슘계열 인결합제의 비용효과를 확인한 이번 연구는 신장학 분야에서는 국내 최초의 비용효과 분석 연구라는 데에 또 다른 의의가 있다.

▲비칼슘계열 인결합제인 세벨라머로 치료했을 때 칼슘계열 인결합제 대비 사망률도 낮고, 삶의 질을 고려한 생존연수도 더 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임상적 효능과 삶의 질 모두 개선한 치료제라고 봐도 되는 것입니까?
이번 연구는 2008년 9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한국에서 진행된 다기관 전향적 코호트 연구에 등록된 투석환자 4,674명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결합제 사용률, 입원률, 비용 등의 자료를 비교했다. 환자 평균 나이는 56.3세였고, 평균 투석 기간은 67.6개월이었다.

칼슘계열 인결합제와 비교했을 때, 비칼슘계열 인결합제인 세벨라머는 낮은 사망률을 보였다. 실제 생존년수 1.758년이 증가했고, 삶의 질을 고려한 생존년수(QALY) 또한 1.108년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생존년수 1년을 늘리는 데에는 약 690만원, 삶의 질을 고려한 생존년수 1년을 늘리는 데에는 약 1100만원의 비용이 추가되는 것으로 분석되어서, 우리나라의 국내 총생산을 고려한다면 세벨라머는 충분히 비용 효과적인 치료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해주신 연구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본 연구는 대부분의 임상과 달리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 대도시에 거주하는 성인 7명 중 1명이 만성콩팥병을 앓고 있을 만큼 만성콩팥병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나온 비칼슘계열 인결합제로 생존률을 개선했다는 연구들은 대부분 해외 데이터였다.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 투석환자들이 비칼슘계열 인결합제로 치료를 받을 때 사망률 36% 개선시킨 것으로 나타나서 보다 적극적으로 비칼슘계열의 인결합제 처방을 권장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비칼슘계열 인결합제가 만성콩팥병-미네랄뼈질환의 새로운 치료 트렌드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미 비칼슘계열 인결합제가 칼슘계열 인결합제보다 임상적으로 우수한 효과를 지녔음이 입증됐다. 평생 치료를 요하는 만성콩팥병은 합병증에 대한 가능성을 열고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한다. 장기간 복용하되 합병증은 최소화하고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비칼슘계열 인결합제는 국내외 다양한 임상을 통해 혈관석회화 발생을 비롯해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 및 부작용을 낮추고 우수한 생존율을 확인했다.

▲최근 국제신장학회(KDIGO)는 개정된 가이드라인을 통해 칼슘계열 인결합제 제한을 권고했습니다. 이에 대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최근 업데이트된 국제신장학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인결합제 치료를 받고 있는 만성콩팥병 3~5단계 성인 환자에서 칼슘계열 인결합제의 투여량을 제한한다. 이전에는 고칼슘혈증이 지속되거나 재발한 환자에서 칼슘계열 인결합제를 제한한 바 있다. 칼슘계열 인결합제 사용을 전반에 걸친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제안을 권고한 것이다. 국제신장학회(KDIGO) 가이드라인의 여러 연구에서 비칼슘계열 인결합제를 사용한 환자는 칼슘계열 인결합제를 사용한 환자보다 생존율이 유의하게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간 치료를 요하는 만성콩팥병-미네랄뼈질환 환자들은 육체적 부담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부담 또한 상당할 것 같습니다. 매일 치료 현장에서 환자를 보는 교수님께서 생각하시기에 환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무래도 평생 치료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치료비 부담이 크다고 생각한다. 만성콩팥병은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비용 부담이 높은 질환이다. 만성콩팥병이 진행되어 투석이나 신장 이식이 필요한 말기신부전 환자는 신장 이식을 받지 않는 한 평생 투석 치료를 지속해야 한다 혈액투석을 할 경우 1주일에 3-4회 내원해야 하는 등 사회경제활동에도 제약을 많이 받는다.

말기콩팥병 환자들은 심혈관계질환으로 인해 사망위험이 높다. 이를 야기시키는 혈관석회화를 막기 위해 말기신부전 환자는 식이조절과 고인산혈증 치료제를 통해서 평생 인조절을 해줘야 한다. 신장 이식을 받을 수 있는 환자 수도 매우 제한적일 뿐 아니라 한 번 혈관 석회화가 생기면 어렵사리 신장이식을 받는다고 하더라고 없어지지 않는다. 한 번 망가진 콩팥은 되돌리는 방법은 아직까지는 없다. 만성콩팥병은 조기 사망률이 낮고 생존율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치료비용이 많이 들고, 가계 경제에도 부담이 된다. 이는 환자들에게 스트레스, 우울증을 겪게 하는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삶의 질로 연결되고 있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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