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일치율 7% 향상, 만족도 94% 달해…식약처, 의료기기 불인정 ‘수가’ 가시밭길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지난해 12월 가천대 길병원에 최초로 도입된 암 환자 진단과 치료를 돕는 IBM의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 WFO)’가 올해는 더욱 확대됐다.

건양대병원 왓슨 다학제팀의 암 진단 및 치료를 위한 회의 전경.

부산대병원·건양대병원·계명대동산병원 등 전국 각지 6개 병원이 WFO 도입에 동참한 것이다. 더 나아가 위 병원들은 컨소시엄을 구축해 현지화와 수가 반영 공동 추진 및 의료기기화 임상 빅데이터, 암유전체 데이터 공유 플랫폼 논의와 공동연구과제와 정기 심포지엄과 공동 출자기업 설립 등도 추진하고 있다.

기대가 컸던 만큼 검증의 잣대도 날카로웠는데, 벌써 기술 전반에 대한 신뢰도 부분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는 길병원이 인공지능 암센터 운영한 결과 의료진과 왓슨의 의견일치율이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올해 대장암(결장암) 환자 118명을 대상으로 한 의료진과 왓슨의 '강력 추천' 분야 의견일치율이 55.9%로 과거 후향적 연구 48.9%에 비해 7% 높아졌다. 이에 환자들의 왓슨 다학제 진료 만족도도 10점 만점에 9.4점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길병원 측은 암 진료의 클래스가 한 단계 올라갔다는 자체 평가도 내렸다. 진료 실적에서 화순전남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등이 이미 가시권 안에 들어왔으며, 앞으로 빅5도 위협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 세계 인종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으며, 편향된 치료법 및 정확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100% 해소는 되지 못한 상황이다.

병원계에선 국내 암 환자의 70%가 몰리며 수술 실적과 연구 인프라 등에서 압도적인 규모와 신뢰도를 얻고 있는 빅5병원이 왓슨이 아닌 새로운 자체 인공지능 플랫폼을 개발하며 맞불을 놓을 계획이어서 향후 AI 환자치료 분야의 주도권을 두고 치열한 격전이 예고된다.

한편 최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왓슨 포 온콜로지’와 같은 인공지능은 의료기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려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는 수가 논의에 제동이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도입 병원들 별도 치료비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더 많은 의료기관으로의 보급에 있어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왓슨은 AI를 기반으로 기존에 나와 있는 표준 치료법, 임상문헌 등을 제시해주는 정도의 수준이기에 비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이는 왓슨을 도입한 미국이나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식약처는 “의료기기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국내외 개발 중인 제품들에 대해 제품 개발 동향, 자료조사·분석, 모니터링 등을 통해 위해요소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의료기기로) 분류해 관리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처럼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왓슨’이라는 첨단 기술이 그려낼 미래는 과연 어떨까?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암센터 백정흠 교수에 한마디에서 힌트를 찾아본다.

“의사와 환자 및 보호자의 소통을 통한 최선의 치료선택이 이뤄져 만족도와 신뢰도의 상승이 동반된다. 또 인간의 휴먼 에러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도구인 왓슨은 기계다 보니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고 해서 기분이 상할 일이 없으며, 이견에 대해 원활한 수렴도 가능하다. 이를 통한 새로운 토론문화의 정착으로 경직된 의료문화도 탈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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