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균
HM&Company 대표컨설턴트

[의학신문·일간보사] 최근 지방병원들이 경영위기에 놓여 있다. 병원이 소재한 지역별로 다소 상황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 지방병원들은 ‘삼중고(三重苦)’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그 삼중고 중 첫째는 의사, 간호사의 구인난이다. 특히 지방병원에서 지역의 필수의료 서비스에 속하는 외과계의사의 구인은 심각한 지경이다. 몇 개월 전 군지역 민간병원의 지역응급기관이 경영 어려움으로 문을 닫자 해당 군청으로부터 해결방안 컨설팅 업무를 의뢰받은 적이 있다. 그 해결 대안으로 지역 민간병원에 응급기관 운영 보조비를 군청에서 매년 적지 않은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군 조례로 의결했다. 하지만 이제까지 해당지역 병원에서 응급전문의를 구하지 못하여 응급센터를 개원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 600병상급 지방병원의 자문역으로 병원장을 면담한 적이 있다. 수녀병원장은 지역응급환자가 타 의료기관으로 이송과정에서 불행한 일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종교적 신념으로 권역응급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권역응급센터의 운영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의사인력을 확보하지 못하여 기관평가에서 탈락하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두 번째 지방병원의 어려움은 ‘수도권의 환자쏠림’ 현상이다. 특히 암환자의 경우 대다수 수도권 대형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지역병원에서는 환자의 보존적 치료를 수행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 결과 지역 종합병원들은 중증진료 수술건수가 사라지고, 병원이 수술하지 않는 병원이 되고 있다.

이 같은 병원 운영은 경영수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즉, 수도권 유사규모 병원에 비해서 지방병원은 외래 및 입원환자 진료비는 일평균 30%가 낮은 실정이다.

세 번째 지방 종합병원의 삼중고는 ‘병원의 재정어려움’이다. 병원에 내원한 환자의 대다수가 경증환자와 보존적 치료를 받은 경우가 주를 이루면서 병원의 부가가치는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의료진의 지방병원 근무기피 현상으로 병원은 울며 겨자 먹기로 수도권보다 높은 임금을 지불하면서 병원의 재정부담은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도시에 소재한 대형병원(주로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한 지방병원은 다소 차이는 있지만 소위 인력난, 환자난, 경영난의 삼중난(三重難)에 빠져있다. 그 결과로 부산P병원, 포항S병원, 안동S병원 등 해당지역 대형 병원들이 경영난으로 인해서 문을 닫았다.

현 시점에서 유력한 시나리오는 지방병원의 삼중고 현상으로 인한 ‘병원 폐쇄’가 시작이라는 점이다. 최근 부도가 난 지방대형병원의 공통점이 종교병원의 운영 특성상 지역교구 내 어려운 이웃에게 일자리 제공으로 방만한 인력운영과 책임경영자 부재 등 내부적인 문제점이 주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병원들 공통점은 종교적 신념에 따른 환자들에게 착한가격 진료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해당병원은 인건비 증가, 낮은 건강보험수가에 경영난을 장기간 겪게 되면서 병원 문을 닫은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된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급여확대를 둘러싸고 의료계가 들썩이고 있다. 향후 5년 이내 30.6조원 재원으로 비급여 완전급여화 정책핵심을 둘러싸고 재원 마련, 재원추계방법과 향후 재원배분 방법을 둘러싼 논박이 오가고 있다. 그동안 의료계는 새 건강보험정책의 시행을 겪으면서 경험한 것은 ‘빈익빈 부익부’ 학습효과이다. 기존의 건강보험보장성 강화 정책과정에서 보상원칙을 P4P(pay for performance)를 적용하면서 대형병원이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번 건강보험의 급여화 정책에서는 지방병원 소외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그 대안으로 지역거점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중국처럼 건강보험만으로도 적정수익이 보장되는 계약병원 ‘연간 총액진료비’ 제도 등도 전향적으로 연구·검토해 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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