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휴
동방의료기 이사

[의학신문·일간보사] 연말 모임이 잦아드는 시기인 요즈음 주변 지인들과 만나면 한번은 꼭 나오는 주제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희망과 관심’이다. 언론과 관련 산업에서 제시하는 미래의 실현 가능성과 이득에 대한 상상력은 인간이 가진 물리적 한계를 넘어선 유토피아적 가치를 상상하게 한다.

보건의료분야만 해도 개인맞춤형 의료에서 시작하여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한 질병의 예측, 일부 불치병에 대한 치료 가능성 확대와 이로 파생되는 삶의 질 증대는 불가침이라 여겼던 신의 영역에까지 도전하여 평균수명 150세 까지 예상하게 한다.

하지만 4차 산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정부 정책의 집중을 위하여 우리가 준비해야 될 과제들이 있다. 미래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집중을 위한 선택의 기준이 명확해야 실질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교훈이다.

얼마 전 의료기기 관련 전문가들과 모임에서 ‘로봇’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처음 화두를 던진 분은 로봇이 4차 산업의 핵심이므로 이에 대한 집중적 투자와 규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다른 전문가는 로봇은 이미 몇 십 년 전부터 존재해 왔는데, 4차 산업혁명에서 이야기 하는 개념과 맞지 않을 경우 선별적으로 투자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로봇이라고 하면 목적을 입력하면 여러 환경 요소를 반영하여 스스로 목적 수행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의료기기에서 사용되고 있는 로봇은 인간의 손을 대신하는 역할로 로봇의 개념보다는 도구적 개념에 가깝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비슷한 예로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은 이미 1970년대 세탁기에도 적용되는 기술이지만, 당시 4차 산업에 대한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던 이유는 여러 변수에 대한 기계적 작동이라는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구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이 두 가지 주장을 종합하면 개념의 혼란을 정립할 수 있다. 4차 산업의 핵심은 융합이다. 사이버기술의 발달은 이런 기술들이 서로 융합될 때 폭발적 생산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의료기기는 항상 미래 먹거리로서 정부의 집중투자 육성 대상이 되어 왔으나 현실에서 보여주는 성과를 보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여러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워낙 보건의료산업이 규제산업이고, 특정 산업 기술이 우위에 있지 않은 종합적 성격을 띠다 보니 투자한 만큼 성과가 나지 못한 면이 있다.

이번 정부의 4차산업 혁명은 목표가 명확하다. 그렇다면 4차산업에 대한 집중을 위하여 선택도 명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융합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고 자원이 돼야할 정보와 자료에 대한 집적과 운영 기준을 만드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개인정보는 우선적으로 보호되어야 하고 정보 안전성을 위한 보안체계 역시 중요한데 이는 기반 구축에 대한 노력이 전향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정보에 대하여 공공재로서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이에 따른 성과로 관련 기업들이 창업을 서두르고 있다. 원하는 데이터를 분석해 주는 전문 기업도 활동 중이다. 기반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변화다. 효과적 투자가 성과와 연관되기 위하여 개별 산업에 들어가서도 옥석을 가려야 한다. 4차산업 혁명이라는 미래지향적 개념에 맞는 개별 주제들을 선정하여 연구개발과 규제, 유통에 대한 제도적 틀을 만들어야 한다.

4차산업이라는 혁명적 변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 제도에 대한 혁명적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이를 위하여 소모적 논란을 줄이기 위한 예방차원에서라도 집중을 위한 선택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