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등재 및 병원 납품가 통해 이미 파악…다국적사 중심 ‘합리성’ 의문부호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ICT 기반의 고유식별코드(Unique Device Identification, UDI)를 부착해 활용하는 의료기기 유통 통합정보 시스템 구축에 공급내역보고 문제를 두고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회사코드, 제품코드 만료일, 일련번호 등이 담긴 의료기기표준코드 예시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가 UDI 관련 기존 18년 4등급 의료기기 우선 단계별 시행을 19년으로 미뤄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찌감치 복지부 제시안인 치료재료 우선 단계적 시행에 대해 불가 입장을 밝혔던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한국치과기재산업협회 △대한의료기기판매협회 등 대표 단체들이 비대위까지 구성해 반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유통가격에 대한 신고의무 때문이다. 유통가격 노출은 영업비밀이며 과다한 정부의 개입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UDI 도입이 안정화 완료되는 시점에서 공급내역보고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했고, 유통단계별 가격 보고는 문 정부가 의료기기산업발전을 지원하고 육성하겠다고 관련법 제정을 추진하는 등의 시점에서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제도이므로 전면철회 해야 함이 명확하다는 것.

의료기기협회 관계자는 그동안에 대응 경과에 대해 복지부는 가격보고 사유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하지는 못했지만 판매업체 5만개 업체에 적용 문제와 치과재료 등 의료용품의 다품종 소량 특성에 공감했으며, 관련 사항을 보건의료정책실장·건강보험정책국장 등에게 보고 후 산업계에 피드백주기로 했다는 내용의 메일을 협회 회원사들에게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업체들 사이에서는 현재 가격 공개는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이미 심평원 등재 시 원가를 모두 제출해 설득력이 떨어지며, 병원 납품가 등도 복지부가 파악하고 있어 합리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특히 외투사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최악의 경우 직납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상관없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다는 것. 앞서 의료기기협회 이사회에서도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의 취지가 바르다면 동조하며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하는데 비용까지 들여 법적 조치 등 강경 대응하는 것에 대해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또한 복지부를 비롯한 정부와 힘겨루기 속에서 자칫 업계만 힘들어 질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A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솔직히 업체들은 정부랑 갈등 겪다가 잘못해서 리베이트 조사 등을 받게 된다면 더 큰 타격이 올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제도 추진과 조율 과정에서 다국적사의 의견을 묻지 않는 것도 문제이며 실익이 없다는 생각에 많은 기업들이 빠지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통가격을 반대하는 일부 업체와 식약처의 미온적 태도가 사태를 키웠으며 결국 의료기기 산업에 대한 불투명성과 복지부의 향후 대응이 업계에 또 다른 난관을 가져 오게 될 것”이라며 조속한 해결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급내역 보고는 결국 업계 투명성 문제이고 우선적으로 신뢰의 틀에서 생각돼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내 B의료기기 제조사 임원은 “세계적으로도 이미 약가에 대한 정부, 보험사, 환자들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의료기기도 마찬가지”라며 “기존에 했던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도 있고 귀찮을 수도 있겠지만 산업 전반에 수준을 높이고 신뢰를 얻기 위한 방면으로 납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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