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진료로 한정된 대상 평가 범위 확대 필요…평가단 운영 위한 재정도 확보돼야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진행 중인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이 긍정적인 평가로 순항하고 있어 향후 단계적인 확대를 통해 제도가 연착륙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는 지난 29일 저녁 임시회관에서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중간결과 보고 및 향후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의협은 지난 29일 저녁 임시회관에서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중간결과 보고 및 향후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전문가평가제는 지역 의료현장을 잘 아는 의료인이 비도덕적 진료행위 등 상호 모니터링과 평가를 통해 궁극적으로 자율규제 기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에 정부와 의료계는 시범사업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분석하고, 보완점을 개발해 필요한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즉 전문직업인의 자율통제 기능에 대한 신뢰를 제고해 점진적으로 자율권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것.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추진단(단장 김봉천‧의협 기획이사)에 따르면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은 지난 2016년 11월 21일부터 광주, 울산, 경기도 3개 광역시도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에 참여한 각 지역의사회의 중간결과 보고는 물론 향후 개선 방안 등이 논의됐다.

◆예방적 효과 긍정적…대상 범위 확대 등 개선 필요=그동안 광주광역시의사회는 총 5건, 울산광역시의사회 3건, 경기도의사회 8건의 사례가 있었으며, 해당 의사회는 ‘계량화할 수는 없지만 전문가평가제 실시 자체만으로 예방적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문가평가제 대상이 좁게 한정돼 있고, 사법적 권한이 없어 조사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경우에 대한 대안 마련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광주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 양동호 단장은 “사안에 따라 장기적인 조사와 전문과목 전문의의 자문이 필요하고, 관계된 매뉴얼도 보강돼야할 것”이라며 “많은 인력과 시간, 경비가 소요됨에 따라 평가단의 실질적 보상 체계 마련을 위한 재정 확보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울산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 황성택 단장은 “피조사자에 대해 진료기록부, 환자 명단 등 자료 요청 시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제출을 거부하는 등 한계적 상황에 대책이 필요하다”며 “광역위원 선정시 전문성을 갖춘 위원 구성은 물론 행정인력 확보 대책도 마련돼야한다”고 제언했다.

경기도의사회 전문가평가단 신정호 부단장도 역시 의료인 간 폭력행위 등 품위손상에 대한 범위 확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토론자로 참석한 의료윤리연구회 이명진 위원(명이비인후과)도 전문가평가제가 사전에 예방 효과가 있다고 평가한 반면 그 범위가 진료에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같은 입장을 내비쳤다.

이명진 위원은 “전문가답지 않은 행위의 평가 범위는 진료행위와 의사의 비도덕적인 언행까지도 포함돼야한다”며 “환자나 동료 대상으로 부도덕한 행위와 언행은 물론 병원내 폭행까지도 다뤄야한다”고 조언했다.

◆법조계, 단순 징계 아닌 법적 조치도 검토돼야=법조계도 의료계와 마찬가지로 현재 진행 중인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이 대상이 명확하지 않고, 품위 손상에 대한 범위 자체도 협소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법무법인 선우 이준석 변호사는 “품위손상을 진료에 국한했기 때문에 사례가 적은 것이 당연하다”며 “성추행이나 폭행, 환자유인행위 등은 징계 여부만 논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고발 등 조치까지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는 “원칙이 없다보니 처분에 대한 불평등이 제기될 수 있다. 징계 사안이 가볍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중을 누가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 마련도 필요하다”며 “징계를 위한 평가가 아니라 불공정한 경쟁을 지양하고, 의사들이 진정성을 갖고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 돼야한다”고 판단했다.

◆복지부, 의정 협력 바람직한 사례…전국단위 단계적 확대 계획=복지부에서는 이번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의정간 협력을 통한 바람직한 사례로 평가하고, 향후 전국적으로 단계적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권근용 사무관은 “사례가 많지 않지만 의료계가 적극적으로 나서 고민하고 조사하는 부분들을 봤을 때 앞으로 당연히 제도는 확대되고 보편화돼야한다는 생각”이라며 “의사직종단체 시범사업은 처음인데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의료계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대상 범위 확대와 관련해서는 최근 전공의, 간호사 폭행 및 성추행 등 비인권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만큼 직무와 관련된 부분까지 범위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는 게 권 사무관의 설명이다.

의료현장을 이해하고 있는 의료인들이 긴급을 요하는 상황에서 극단적인 폭행이었는지, 명백한 갑질이었는지를 보다 명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화 함께 복지부는 시범사업에 따른 전문가단체의 노력과 열정을 고려해 예산지원의 경우에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권 사무관은 “의협에서는 전문가평가제에 대해 의사들이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많은 홍보와 교육을 해달라”며 “복지부는 제도가 하루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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