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원 부천세종병원 과장 “혈관을 통한 이식과 제거 부작용 줄여-효과적 활용 기대”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요즘처럼 아침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겨울철에 특히 발생위험이 큰 ‘부정맥’은 최악의 경우 순간적으로 심장 기능이 완전히 마비돼 빠른 시간 내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질환이다.

다양한 치료법 및 예방법들이 있지만 심정지의 확률이 높은 사람들에게 자동제세동기를 몸 안에 이식하는 이식형 제세동기(ICD)는 심장이 멈춰버린 위급한 상황에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표준치료로 추천하고 있다.

일반적인 심장 질환의 경우 증상 발현 후 병원에서 진단과 치료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심부정맥·심실빈맥·심장마비 등의 증상은 발생 후 사망 확률이 높아 재진료의 기회가 거의 없다. 따라서 심실성 부정맥의 가능성이 많거나 이미 경험이 있는 고위험군 환자들에서 ICD는 현재로서 유일한 치료방법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문화·경제적인 측면에서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고 질환의 발병률의 차이일 가능성도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체내에 기기를 이식해야 하는 부담감으로 부정적 인식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혈관이 아닌 흉강외부에 이식해 감염과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 피하이식형 제세동기(S-ICD)가 출시돼 2015년 유럽심장학회와 2017년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부정맥학회 가이드라인에 등재되는 등 안전성과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박상원 부천세종병원 심장내과장

국내 심장병 전문가이자 부정맥학회 정책이사로 활동 중인 박상원 부천세종병원 심장내과장은 지난 24일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부정맥 분야 치료에 있어 새로운 가능성을 열며 효과적인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피하이식형 제세동기에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상원 과장은 “보통 새로운 장비가 처음 개발되면 ‘사용하기 거추장스럽고 복잡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한다. S-ICD도 처음에는 같은 우려가 있었다”며 “하지만 실제 도입 이후 많은 장점들이 부각되면서 아시아, 특히 일본에서 사용률이 많이 늘었다. 아마도 상당히 많은 환자들이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CD의 이식을 혈관 쪽이 아니고 피하이식 쪽으로 하는 장점에 대해 묻는 질문에서 그는 혈관 이식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 집중했다.

S-ICD는 심장 안으로 전극선과 기기를 삽입해 혈전이나 감염 우려 가능성이 있는 ICD 이식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정맥 및 급성심부전 등의 1차 예방 목적으로 개발됐다. 심장과 혈관구조물을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이식과 제거의 편의성이 높고, 정맥 감염의 위험성과 각종 합병증의 단점을 보완해 환자들에게도 안전한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과장은 “최근 13살 환자에서 염증으로 기존 ICD 대신 다른 혈관에 ICD를 삽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성장기 혈관에 재이식 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제거하기에도 굉장히 어려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이 때문에 피하에 이식하는 S-ICD 시술을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더불어 S-ICD는 옆구리 쪽 피하에 이식을 하기 때문에 특히 침대가 아닌 딱딱한 바닥 생활을 하는 문화가 있는 국가에서 수면 시 불편함이 있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는 일축했다.

그는 “환자가 힘들지 않을지 우려가 있었는데, 일본에서도 아직 이에 대한 문제가 전혀 없었다”며 “아직 시술 경험이 많지 않지만 기존에 단점으로 우려했던 부분이었는데, 큰 단점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시술 후 환자의 만족도가 좋았으며, 시술자의 입장에서도 혈관보다 피하에 ICD를 이식하거나 제거하는 것이 조금 더 용이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네트워크 기능과 접목 기대, ‘규제’가 발목 잡으면 안 돼”

한편 이식형 의료기기들이 나아가야할 앞으로 발전방향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박 과장은 “크기를 줄이거나 소재를 다양하게 하는 것과 배터리의 수명, 이식방법 외에 가장 눈에 띄는 이식형 의료기기 기술의 발전은 네트워크 기능이다. 원격 모니터링 기술을 통해서 환자 및 기구의 관리, 질병의 예측 등에서 보다 효율적인 치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며 “해외에서는 환자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는 보고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서구의 경우 네트워크 기능이 있는 이식형 의료기기가 사용된 지 10년이 넘었고 주위 아시아 국가들 역시 4년~5년 전 도입돼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원격의료라는 범주에 묶여 의료기기의 네트워크 기능을 오히려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 나아가 이와 같은 규제들이 이식형 의료기기에 대한 하나의 벽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그는 “우리나라가 타국에 비해 의료기기를 이용한 치료가 적게 이뤄지는 것에 대해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의료진의 교육과 타이트한 국내 규제 및 보험급여기준 등의 개선을 위한 부분은 노력하고 있는 분야들”이라며 “개인적 바램은 규제 등을 무조건 풀어달라는 것이 아니라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귀 기울여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특히 S-ICD는 현재 아시아 주변 국가들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부정맥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학회에서 오남용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서로 조심하는 경향이 있는데, 적재적소에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의료진들도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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