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2017 세계인구현황보고서 한글판 발간기념 포럼’서 주장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한국 사회가 심각한 저출산 문제와 고령화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진정한 성평등주의적 사회 변화가 일어난다면 여성들의 출산율이 빠르게 증가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김영미 교수

이 같은 주장은 지난 28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개최된 ‘2017 세계인구현황보고서 한국어판 발간기념 포럼’에서 ‘노동시장 내 성차별과 저출산의 상관관계’를 주제 발표한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김영미 교수로부터 나왔다.

이날 포럼은 인구보건복지협회(회장 신언항)와 한국아동인구환경의원연맹이 공동 기획한 행사로 △OECD 회원국 성평등 현황 △공공기관 여성인력 활용 사례 △불평등 시대의 생식보건과 생식권리 등 다양한 발표 및 토론을 통해 저출산 문제의 세계적 현황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영미 교수는 낮은 출산율을 회복한 미국 및 일부 유럽 국가들과 낮아진 출산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부유한 동아시아 국가들을 사례로 들며 성평등주의와 출산율 관계 간의 가설들을 소개했다.

김영미 교수는 “21세기 인구학의 새로운 질문 중 하나가 ‘도대체 왜 대부분의 국가가 출산율이 낮아지고 이후 어떤 국가는 출산율 반등에 성공하나 어떤 국가는 초저출산 상태에 장기간 갇혀 있는가’이다”며 “단순히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과 출산율의 관계 분석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김영미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저출산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동유럽, 동아시아, 남유럽 국가들은 개별적이고 단순한 공공정책으로 출산율을 극복하려 하고 있어 그 효과가 비일관적이거나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회·경제·문화 등 전방위에서 성평등주의가 형성되고 개별 정책이 아닌 다양한 방면에서 연계된 출산 정책을 펴고 있는 호주, 벨기에, 프랑스, 영국, 미국 등은 출산율 재반등의 시기를 맞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김영미 교수의 설명이다.

즉, 대부분의 국가가 여성 교육수준의 향상으로 전통적인 출산율 평형상태에서 모두 이탈한 것은 공통적인 흐름이자 자연스러운 현상이나 성평등주의가 자녀 양육 및 안정적 파트너십과 양립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고하게 안착된 국가들만 출산율이 다시 상승한다는 것.

김영미 교수는 “일과 가족의 양립 그리고 성 평등 제도들을 통해 인적 개발 대응에 실패한 것이야말로 부유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지속적으로 출산율에서 부정적인 현상을 보이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출산율은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 △커플관계 안정성의 변화 △남녀임금격차 △가족지원과 취업상태 △남녀인식차이에서 오는 성역할태도의 상호작용 등 복합적인 요소를 통해 분석해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김영미 교수는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취업한 여성이 많을수록, 성평등주의적 태도를 갖고 있는 여성이 많을수록 낮은 출산율이 극복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며 “이 여성들은 진정한 성평등주의적 사회에서 더 많은 자녀를 출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성평등주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 여성 집단은 사회전체적인 수준에서의 성평등주의적 재조직화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쉽게 출산 결정을 바꾸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며 이는 높아지는 성평등주의적 인식에 사회 분위기가 뒤따라야만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김 교수는 이어 “노동시장의 남녀 격차가 완벽히 완화되고, 가족에 대한 공적 서비스가 확장되며 남녀 간의 문화적 인식 차이가 좁혀지는 성평등주의적 사회 변화가 진정으로 일어난다면 교육수준과 취업상태가 높은 이 여성들의 출산율은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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