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2017년은 정신건강의학과에게 있어 새로운 제도로 인한 혼란과 부조리에 직면한 한해였다. 올해부터 시행된 ‘정신건강증진복지법’은 당초 의료계에서 우려한 ‘퇴원 대란’을 불러 일으키진 않았지만, 진단 인력 부족사태와 제도의 적정성 논란 등 아직 많은 숙제를 안고 있는 상태다.

지난 2016년 9월 29일, 헌법재판소에서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인의 진단이 있으면 보호입원이 가능하도록 한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 제2항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이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보호 원칙 강화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기존의 정신보건법을 전면 개정, 국회를 거쳐 2017년 5월 30일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로 재단장해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은 인권보호 장치 강화와 정신질환자에 대한 차별해소 및 복지서비스 근거 마련, 전 국민에 대한 생애주기별 정신건강 증진사업 근거 마련 등을 담고 있다.

특히 기존의 정신보건법 조항 중 강제입원과 관련된 사항과 관련, 인권 보호 장치 강화 방안으로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에 대해 소속이 다른 2인 이상 전문의의 소견으로 입원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가 강화됐다. 계속 입원심사 또한 소속이 다른 정신과 전문의 2인의 소견이 있어야 한다. 이 조항은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전문의 2인 소견의 경우 법 시행 이전 시행령에서 강제입원 시 해당 지역의 국․공립병원 또는 지정의료기관과 그 소속 전문의가 부족해 부득이하게 2주 내 진단을 받지 못한 경우 1회에 한해 기간을 다시 연장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규정했다.

아울러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요건을 입원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고, 자‧타해 위험이 있을 경우에 입원이 가능하다.

아울러 법 개정으로 입원적합성심사제도가 신설됐으며, 정신보건시설은 3일 이내 입원사실을 신고하고 최초 입원일부터 1개월 내 입원적합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입원적합요건자료가 불충분하거나 정신질환자가 원할 시에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에서 심사 후 입원 여부를 결정한다.

이와 함께 동의입원의 경우 보호의무자의 동의를 받아 입원, 본인이 퇴원을 신청하면 퇴원이가능하나 정신과 전문의 진단으로 최대 72시간까지 퇴원제한이 가능하다.

복지부는 개정된 법이 정신병원 및 시설의 강제입원 절차를 개선, 정신질환자 인권을 강화했을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자에 대한 복지지원과 전체 국민의 정신건강증진사업의 근거를 마련한다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 의료계에서는 “준비되지 않은 행정 퇴원을 조장해 인권보장의 본래 취지를 달성할 수 없으며, 지역사회에서 방치된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지속적으로 표명했다.

환자를 계속 입원시키기 위해서는 2곳의 정신의료기관 전문의가 환자를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해 여기에 필요한 인력과 시간, 서류 등 실질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며, 환자의 인권보호와는 반대로 정말로 입원이 필요한 환자의 입원이 늦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 측의 주장이다.

특히 가장 심각한 문제는 2명의 전문의 진단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여기에 필요한 인력이 아직까지도 충원되지 못한 점이다. 복지부는 국립정신건강센터에 16명의 추가진단전문의를 채용하기로 했지만, 조사 결과 채용인원 16명 중 6명(기술서기관 1명, 전문임기제 가급 4명)만 채용됐을 뿐이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 결국 정부 또한 한시적으로 올해 말까지 같은 의료기관 내의 전문의 2인의 진단이 있다면 입원이 가능하도록 허가했다.

이는 결국 민간지정병원에서 자체진단에 의한 비자의입원 비율을 크게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정신보건법 개정이 5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민간지정병원에서는 '같은 의료기관 내 추가진단' 비율이 여전히 높다”면서 “복지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9월 한 달 동안 민간지정병원에서 이뤄진 신규입원에 대한 추가진단 1901건 중 25.1%인 447건이 자체진단으로, 4명 중 1명이 자체진단에 의해 비자의 입원을 했다”고 지적했다.

정신건강증진복지법과 관련, 아직까지도 대한신경정신의학회를 중심으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정신건강증진복지법은 그간 시범사업 형태였던 입원적정성심사위원회가 내년부터는 정식으로 도입되는 등 아직까지 고정된 틀을 만들지 못하면서 내년에도 갖가지 이슈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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